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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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예방 취소 이어 또… '오락가락 리더십' 도마에

추미애 영수회담 철회 파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을 잡았다가 당내 반발로 뒤늦게 철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에게 양자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며 15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제안부터 수용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일각에선 회담 성과물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기 위해 의자를 빼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쳐 철회했다.
이제원 기자
추 대표는 회담 제안 배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 번에도 배석자를 다 채웠는데 대화가 안 됐다”며 “(이번에도) 각자 입장을 얘기하는 그런 식이 돼서는 안 되고, 중대한 국면에서 정말 대화가 제대로 돼야 국민 민심을 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자신이 박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로 정국 돌파구를 뚫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추 대표가 당내 의견 수렴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영수회담 카드를 던진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며 한나절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며, 야권 공조를 깨뜨리는 만큼 참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추 대표가 이를 수용하며 영수회담은 ‘없던 일’로 끝났다. 추 대표는 지난 9월 초 ‘전두환 예방’ 취소 소동에 이어 이번 영수회담도 철회 소동을 겪으며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당초 영수회담 제안을 발표하며 전날 열린 중진연석회의에서 회담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지만, 당내에서 발표 직전까지 이를 눈치 챈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원내사령탑인 우상호 원내대표조차 기자들에게 “어젯밤 10시30분쯤 (추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고 밝혔을 만큼 내부 협의가 부족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의 김경수 의원도 “문 대표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 대표는 당 안팎의 반발이 커지자 뒤늦게 트위터에 “100만 촛불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하겠다”며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해명성 글을 남겼지만 이미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밤 추 대표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철회키로 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첫 대좌인 만큼 어느 정도 정국 수습의 실마리가 풀려 나가기를 기대했지만, 공식발표 1시간 40분 만에 회담이 철회되자 내부적으로는 허탈감과 실망감이 역력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고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과의 대화 의지를 굽히지는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수회담을 제안해 놓았고, 언제든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형식에 상관없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동진·이우승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