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안거는 지난 14일부터 3개월간 하루평균 18시간 동안 진행된다.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명의 수좌스님들이 정진한다. 일반 사찰에서도 동안거 기간 동안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동안거에 참여할 수 있다.
왼쪽부터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 영축총림 방장 원명 스님. |
수덕사가 중심 사찰인 덕숭총림의 방장 설정 스님은 ‘수행자여! 위법망구 정신으로 조사 법등 밝히라’ 제목의 결제법어에서 “현재 한국에서 간화선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위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간화선은 장구한 역사와 더불어 훌륭한 수행법”이라면서 “간화선이 왜 비판에 직면해 있는가를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를 위해 수행자들은 조금의 자만이나 집착도 없이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으로 정진하여 법등을 새롭게 밝힐 수 있을 때 간화선은 현대 문명사회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희망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부처님 제자 수행자는 철저한 신심과 철저한 원력과 철저한 공심으로 나의 생명을 불교라는 높은 이념에 바칠 때, 불교의 사명적 자아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공부 성취해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법어를 통해 “근세의 고승인 경허(鏡虛· 1849~1912) 스님께서는 침체된 선불교를 중흥시킨 중흥조로, 불교는 물론이고 유교의 사서오경에 통달하고, 동학사에서 학인을 가르치는 대강백이 되었다”면서 “스님은 문을 닫아 걸고 단정히 앉아 밤새워 정진하는데 턱끝에 송곳을 받쳐놓고 정진하였다”고 전했다.
원각 스님은 “하안거 해제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동안거 결제가 되었다. 잘못하면 아무 가치 없는 일에 시간을 다 보내고 허송세월할 수가 있다. 이번 동안거 결제 기간에는 애써 정진해서 공부를 성취하여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자”고 말했다.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은 ‘힘들이지 아니하고 본고향에 이르리라’ 제목의 결제법어를 통해 “시회대중은 무슨 일을 구하고자 하는가, 의식을 구하고자 하는가, 명리를 구하고자 하는가, 재물과 색을 구하고자 하는가, 다 아닐진대 무엇을 구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만 삭발하고 몸에 가사와 장삼을 입고 절에 머물러 소일하는 것으로는 참된 출가가 아니다”면서 “능히 분심을 발해서 속히 번뇌망상을 끊고 정진해서 원만히 정각을 이루고, 널리 군생을 제도해서 한가지로 열반에 들게 하는 것이 참다운 출가”라고 지적했다.
영축총림 방장 원명 스님은 ‘자신을 냉정하게 비추어보며 경책하라’ 제하의 결제법어에서 “산천의 초목도 선정에 드는 삼동겨울의 문턱에 접어들어, 우리 대중도 결제에 들어간다”면서 “초지일관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사는 폭포와 같아서 잠시도 여유부릴 틈이 없는데도 어느덧 망념의 꼬임에 빠져버린다”고 지적했다. 원명 스님은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고인의 말씀을 뼈에 새긴 뒤 한바탕 공부를 지어가야 한다. 두 번 다시 없을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사무치게 파고 들어가라”면서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는 무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외외하고 낙락한 주인공을 만나기 위한 정진의 배에 오르는 날”이라고 했다. 중심 사찰의 고승으로 인정받는 주요 방장 스님들의 법어는 젊은 스님들에게 동안거 지침으로 활용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