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퇴진 공세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장기전 태세에 돌입했다. 영수회담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하야, 2선 퇴진 공식화 요구에 사실상 귀를 닫고 있다. 최순실 정국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이같이 완강히 버팀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당이 결국 탄핵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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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청와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16일 오후 경복궁 신무문에서 바라본 청와대 본관 정경.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가운데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는 국회 추천 총리를 통해 내각을 통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조건 없이 퇴진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2선 퇴진 공식화와 탈당, 총리권한 보장 등 선결조건을 내세우며 회담을 거부하는 정치권에 대한 격앙된 기류도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그건 대화나 협상이 아니지 않으냐. 대화도 하기 전에 이것저것 다 떼놓고, 항복문서에 서명하듯이 그렇게 하는 것이 무슨 대화냐”고 말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절차나 결정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도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나 외교부 제2차관을 임명한 것도 사실상 국정 재개라는 시각이 강하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 국무회의도 직접 주재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 거취 문제 등에 대해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여론을 자극하지 않고 야당을 설득해 나가다 보면 어느 정도 의혹도 해소되고 박 대통령 진심도 여론에 반영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단독회담이 무산되고, 지난 14일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며 강경 분위기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영수회담에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특검이 통과된 마당에 정치권 요구에 더 이상 끌려다니는 것은 실효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적으로도 당장의 검찰 조사보다는 이후의 특검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기류다. 특검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특검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류에는 19일 최씨 구속만료일이 끝나는 등 검찰 수사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고, 또 검찰 수사에 국민적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은 결국 특검을 통해 규명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검으로 가면 검찰 수사가 조금은 빛이 바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검 후보군으로 꼽히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야권 성향의 이광범·임수빈 변호사 등 어떤 카드도 마다하지 않고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기류다. 향후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한 시점에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며 국정 정상화를 도와 달라고 당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