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새누리당 내 '탄핵 불가피론' 확산… 대선 거리두기?

비박계 중심 논의 본격화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주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여당 내 야당’의 전략으로, 내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 퇴진을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계에서도 “(탄핵은) 국회가 판단할 일”이라며 탄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에 이어 유승민 의원도 16일 여당 내 탄핵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유 의원은 이날 대구가톨릭대에서 ‘민주공화국과 사회적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분명한 증거가 나오면 국회는 그 즉시 탄핵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국회가 법을 따르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 전 대표, 심재철 국회부의장.
이재문 기자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탄핵 주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중심에 선 박 대통령 문제를 털어내 내년 대선의 최대 악재를 조기에 제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성난 민심에 정치적 탄핵 상태에 빠져 최저 지지율(갤럽 5%)을 기록하자 박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비박계로서는 ‘탄핵’ 카드가 손해볼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동의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비박계가 탄핵에 앞장선 점을 강조하며 야당보다도 선명성이 강해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기각된다 하더라도, 정치권에 불어닥칠 탄핵 역풍을 이용해 보수층이 재결집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주장만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비박계의 탄핵 전략은 지난 2012년 당시 이명박정부에 각을 세운 박근혜 대선 후보의 ‘이명박 지워내기’와 비슷하다”며 “당시 박 후보는 이명박정부 지지율이 폭락하자 정권을 비판하는 야당 노릇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가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의 당 해체론을 “배은망덕한 주장”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친박계에선 탄핵 결정을 국회 몫으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탄핵은 국회가 판단할 문제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탄핵 관련 법적 요건을 봐가며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이주영 의원도 이날 “국회와 헌재가 결정할 몫이다. 법에 보장된 절차이기 때문에 누구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탄핵을) 제기하면 된다”고 가세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홍문종 의원.
이재문기자
친박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극렬한 ‘집안 싸움’은 이날도 계속됐다. 비박계 핵심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 대표 주재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일제히 불참하며 ‘보이콧’에 나섰다. 대신 오후 비상시국위원회에 집결해 박 대통령의 거취와 시국 수습을 위한 당 해체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 지붕 두 가족’ 행보를 이어가는 비박계에는 현 친박 일색 지도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도부 사퇴 로드맵’을 발표하며 잔뜩 몸을 낮췄던 친박계는 이날 정면돌파 모드로 돌아섰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연석간담회에서 “지도부가 아무런 대안 없이 그냥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이 대표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친박 정우택 의원도 “당은 절대 분열돼선 안 된다”고 당내 단합을 촉구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