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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면 ‘불티’ 15일 일본 사이타마의 오가와 스튜디오에서 한 직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가면을 정리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가면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타마=AP연합뉴스 |
◆문재인 ‘정계 은퇴’ 발언 꺼진 불 아니다
지난 9일 여야 인사로는 처음으로 트럼프에게 축전을 보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나라 사이의 동맹과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당 지도부도, 현역 의원도 아닌 일개 당원이다. 트럼프와는 이념과 노선도 딴판이다. 1호 축전은 오버였다. 마치 자신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듯 행세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순실 파문으로 박근혜정권이 망가지고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질 거라서 마음이 들뜬건가.
15일 기자회견에선 꺼진 줄 알았던 ‘호남 지지 철회 시 정계 은퇴·대선 포기 발언’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4월 총선 때 한 그 발언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해명이 문제였다. “당시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아 우리 당 정권 교체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광주와 호남에서 우리 당이 지지받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적인 판단으로 했던 발언이었다”는 것. 국민의당은 격분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6일 “이렇게 호남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분노할 일”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인터넷도 성토장이 됐다. “입만 열면 말장난”, “문구라”, “진정성 있는 말은 뭐냐” 등등. “‘한강물 발언’도 뻥이냐”는 조롱까지 나왔다.
지난 10월10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나란히 참석한 2016세계한인민주회의 대표자 워크숍. 추 대표가 먼저 “60%의 (정권교체)지지를 받는데 우리가 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다 한강에 빠져야 한다”며 결기를 보였다. 문 전 대표도 “못이기면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빠져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말도 ‘전략적’인지, 아님 믿어야할지 헛갈린다.
문 전 대표는 말의 무거움과 책임감을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비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지난 3월 “이번 선거에서 부산시민들이 민주당 의원 5명만 뽑아준다면 박근혜정부 임기 중에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선거 결과는 꼭 그렇게 나왔다. 정부는 그러나 6월 21일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했다. 며칠 앞서 출국한 문 전 대표는 네팔, 부탄을 돌다 7월 9일 귀국했다. 지난해 4월 당의 ‘정책 엑스포’ 행사에선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그냥 퍼포먼스로 가볍게 장난스럽게 한 것”이라며 넘어갔다. 노무현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논란을 일으킨 ‘송민순 회고록’ 파동.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건 면피성 발언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정치도 같다. 말은 정치인 됨됨이를 평가하는 잣대다. 불신받으면 치명적이다. ‘말빚’이 쌓이면 독이 된다.
허범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