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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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역습?… 최순실 정국 돌발변수 '엘시티'

여야 정치인 다수 연루설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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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의 정국돌파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야권 내부 균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건 초기부터 여야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터라 정치권으로서는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최순실 파문 정국에 또 다른 ‘돌발변수’가 던져진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엄중한 수사 지시는 야권이 마치 박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의혹 공세를 퍼붓는 것에 대한 초기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엘시티는 포스코건설에서 10일 만에 채무보증이 이뤄져 전광석화처럼 작업이 시작되었다. 포스코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한 의혹을 그냥 두면 마치 정말로 연관된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 이번 비리를 그냥 둘 수 없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염동열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16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변에 101층 복합시설 1개동과 85층 주거시설 2개동으로 구성된 엘시티(LCT)를 건축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LCT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씨는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횡령하고 정·관계 유력인사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모종의 첩보를 접하고 야권에 대한 반격 카드로 이를 꺼내 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엘시티 비리 사건에 비박(비박근혜)계 여당 인사들과 야당 소속 정치인들이 다수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과 특검 수사를 앞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을 덮을 목적으로 한 물타기라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에 대해 ‘국면 전환용 꼼수’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논평을 통해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강력 비판했다.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엘시티 사건 철저 수사를 지시했는데, 남의 눈 티끌은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 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또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내용이 박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 장관은 “별도로 보고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 사건에 최순실씨도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게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6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두 야당의 대응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20대 총선 PK(부산·경남)선거에서 약진한 민주당에서는 긴장한 표정이 엿보인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수사 엄정 촉구 촛불집회에서 “우리 당의 그 누구도 그런 부패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엘시티 사건 핵심인물인 이영복 회장의 과거 다대포 택지개발 의혹 사건을 파헤친 사람이 자신이라며 이를 봐준 정권이 바로 새누리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칫 야당 인사 연루 의혹이 나올 경우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초점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PK에서 지지도가 낮은 국민의당은 공세적인 분위기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이라면서도 철저한 수사 지시 자체에 대해선 “낭보이다. 바로 그것을 저는 원했다”고 말했다.

이우승·이도형·이복진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