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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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박근혜 대통령’ 현실화 될까?

검, 최씨 공소장에 ‘공범’ 적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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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화하고 있다. 검찰은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씨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박 대통령을 적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범죄자로, 더구나 뇌물죄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기재되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출근하는 검찰총장 박근혜 대통령의 조사시점과 방법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이 힘겨루기 양상인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공범”… 처벌 시 최대 무기징역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기소를 앞둔 최씨의 공소장에 “최씨가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 또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와 같은 문구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법조는 뇌물죄와 관련한 조문 중 제3자 뇌물제공죄(형법 제130조)가 유력하다.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등을 대가로 최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내게 한 사실에 가장 부합하는 조문이다.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이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이미경(58) CJ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한 일에는 직권남용죄를, 차은택(47·구속)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강탈하려 한 일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는 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각종 연설물과 안보·외교 기밀, 국가정책 등을 누설한 혐의에 대해선 공무상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퇴임 후 이들 조문대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중형을 피할 수 없다. 뇌물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이 낸 출연금은 774억원에 달하고 뇌물죄를 무겁게 처벌하는 판례 경향상 박 대통령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법조계는 예상한다.

◆“최 선생님…” 공소장 기재에 두려움?


검찰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수사전략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며 너무 시간을 끌다가 혐의를 키웠다는 것이다. 애초에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불가론을 펼쳤고 뇌물죄가 아닌 직권남용죄를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때 만약 박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와 국회의 공감을 얻는 해법을 제시했다면 검찰도 지금처럼 강경해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말 바꾸기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 검찰로서도 여론이 나빠져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와 뇌물죄 적용을 기정사실화했다.

법조계에선 당초 박 대통령이 최씨 공소장에 관련 혐의가 기재돼 국회의 탄핵 사유가 되는 것을 꺼려 버티는 것으로 봤으나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최씨를 ‘최 선생님’이라 부르며 “최 선생님에게 컨펌(confirm·확인)한 것이냐”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가원수인 박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인으로 알려진 최태민씨의 딸에다 4살이나 어린 최씨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쓴 데는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즉 검찰이 공소장에 ‘최 선생님’에게 박 대통령이 국가정책에 대해 승인을 받은 원인을 구체적 사실관계에 기초해 적시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 조사 받기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는 “일개 민간인과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역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보통 사람의 관점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이 사태의 원인까지 검찰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