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수사지휘 하나" 야 3당·비박 반발 확산

박 대통령 엘시티 수사지시 관련 / 정진석 “현실 잘못 보고 있어” 비판 / 3야 ‘대통령 퇴진 공조’ 방침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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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검찰에 부산 엘시티(LCT) 비리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까지 가세해 ‘피의자가 수사를 지휘하는 꼴’이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야3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회동해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야권 공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엘시티 의혹 등을 고리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청와대와 이를 허용하지 않고 퇴진운동에 속도를 내려는 야당 및 여당 비주류가 뒤엉켜 충돌하며 정국 긴장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현안 관련 회동자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전날 엘시티 수사 지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못 받겠다고 하는 것을 넘어서 검찰에 사건 수사를 지시하고 나섰다”며 “더 이상 국민을 피곤하고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당장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 대상인 사람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며 “촛불 민심을 깡그리 무시하는 대통령의 고집불통에 한 점 측은지심마저 사라진다”고 개탄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0차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주승용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정탁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그(박 대통령)의 퇴임 후가 어떻게 될는지 우리는 그려진다”며 “앞문으로 걸어 나오지도 못하고 뒷문으로 도망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검찰은 대통령을 입건해 피의자로 처리하고 체포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던 사람(박 대통령)이 며칠 지나지 않아 ‘뭐 그리 잘못한 게 있느냐’고 다시 고개를 든다면 현실을 매우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이 시점에서 그것(엘시티)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진·이도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