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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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버티는 청와대… 야 3당 ‘탄핵카드’ 꺼내나

장기전 판단… 퇴진운동 ‘올인’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 요구를 일축하고 사실상 국정운영을 재개하며 장기전에 돌입했다고 판단하면서다. 이에 야권은 19일 전국 지역별 촛불집회와 26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규모로 참여하는 등 퇴진운동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법적 조치’를 언급했다. 추 대표는 “이 순간에도 드라마 보며 쿨쿨 주무시며 반격을 결심하는 대통령, 우리 당은 3당 공조아래 정치적·법적 퇴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활이 활시위를 떠나듯 제가 뱉은 말은 저를 떠난 것이고, 해석은 해석자의 마음”이라면서도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경고이자 검찰에 박 대통령 혐의의 구체적 명시를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의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그동안 탄핵 발언을 자제했다. 탄핵은 여러 변수를 놓고 판단해야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탄핵을 선택한 순간 여야의 정치적 퇴로는 차단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열린 ‘엄마와 함께 하는 시국대화’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초·중·고 학생을 자녀로 둔 동작구 어머니 3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선뜻 탄핵 카드 사용을 망설이게 한다. 헌재 박한철 소장이 내년 1월31일자로 임기를 마치는 데다 이정미 재판관 임기는 같은 해 3월13일까지다. 헌재가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경우 재판관 7명 중 2명만 반대하더라도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

그렇다고 탄핵 카드를 마냥 후순위로 미룰 수도 없는 처지다. 검찰이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 박 대통령 공모 혐의를 담을 경우 대통령직 사퇴만을 계속 요구할 수 없다. 김종인 전 대표도 전날 “대통령의 잘못이 밝혀지면 탄핵으로 가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올바르다”고 말했다. 야권의 탄핵 발의 착수는 결국 검찰 공소장에 달린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와 우상호 원내대표(〃 세 번째)가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위한 국민주권운동본부’ 출정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민주당은 탄핵을 염두에 두면서도 일단 하야를 밀어붙이는데 총력을 쏟을 방침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박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해 “그저 주사가 더 좋고 (세월호의) 안타까운 생명, 꽃다운 생명이 스러져가도 정신이 몽롱해서 국정 지휘를 못 한다면 그냥 내려오라”며 “건강이 걱정되면 그냥 내려오라. 고이 보내드리겠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례를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역사의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동양미래대학교 앞에서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야권 대선주자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제안으로 20일 의원회관에서 정국수습 방안을 협의하기위한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는 안 전 대표 외에 민주당 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대선주자 6명이 참석한다. 손학규 전 고문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