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편해져서 좋지만 배우나 스태프들을 못 본다는 아쉬움도 커요. 즐거웠던 작품이라 시원섭섭하네요."
데뷔 8년차 배우 지창욱이 대표작을 추가했다. tvN 드라마 '더 케이투(THE K2)'에서 전쟁 용병 출신의 JSS 특수경호원 김제하로 분해 시청자의 뇌리에 남았다. 국내 최초 보디가드 액션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지창욱의 역할은 컸고, 그 무게를 견뎌낸 지창욱에게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도 선물처럼 주어졌다.
지창욱은 고난도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상당한 체력 소모를 겪었다. "배우 인생 마지막 액션물"이라며 손을 저었을 만큼 고생했지만, 배우 인생에 큰 자산으로 남았다.
"아직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 농담 반 진담 반 던진 말이지만 후회 없이 액션을 했거든요. 그런데 '또 액션인데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좋은 선배와 하는 작품이라면 출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고민돼요. 액션이 너무 힘들다는 걸 알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고민해 보는 걸로.(웃음)"
지창욱의 '더 케이투' 출연을 두고 tvN 개국 이래 최고 개런티 주인공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캐스팅 당시 '굿 와이프' 전도연을 뛰어넘는 회당 1억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당시 부담감을 전하며 열연의 동기가 됐노라 털어놨다.
"최고 개런티를 받았다고 해서 부담됐어요. 감사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도 많아지더라고요. 드라마 중반쯤 '손해는 안봤다'는 말을 들어서 다행이었어요. 액션도 작품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개런티에 고려되지 않았을까요. 힘들 때마다 많은 개런티를 받았으니 힘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더 케이투'는 대통령이 되려는 세력과 이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를 들추며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최근 대한민국을 덮친 '최순실 게이트' 파문을 연상시키며 주목도를 끌어올린 부분도 있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께서 정치적인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좋은 일이죠. 대본을 보면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어요. 대선후보 장세준(조성하 분)이 내뱉는 '나는 허수아비가 아니다'라는 대사가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말이지만, '작가님이 의도하셨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어 지창욱은 광화문 3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2일 종방연 사진 촬영을 정중히 거절한 것에 대해 "굉장히 죄송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프레스가 온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지 못했고, 광화문에 인파가 모인 시각 바로 옆에서 종방연을 하는 것이 맞을까 싶었다"며 "종방연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보다 굳이 사진을 찍어도 되는 건가 싶어 양해를 구했다"라고 말했다.
지창욱은 보통 20대 남자배우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웃어라 동해야' '기황후' '다섯 손가락' '힐러' 등 주로 긴 호흡의 연속극에서 선 굵은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나왔다.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돋보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의아하다.
"로맨틱 코미디는 제 또래가 즐겨보는 장르이고, 저 또한 좋아해요. 의도된 건 아니었지만 해왔던 작품 색깔이 그랬던 거예요. 언젠가 가볍고, 유쾌하고, 달달한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못해 본 게 많아요. 어릴 때는 코미디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서 못했어요. 내가 과연 누군가를 웃길 수 있을까 라는 부담감에 못했지만 요즘 생각이 달라졌어요. 배우 본인이 재미없더라도 충분히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용기가 생겨요. 코미디나 시트콤도 꺼려졌지만 지금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987년생인 지창욱은 서른을 넘긴 내년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기대 반 걱정 반"이라며 심경을 전했다.
"군대는 20대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곳인데, 30대 초반에 가는 거라 걱정돼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되면서도 어린 친구들과 소통이 재밌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어요."
'더 케이투'를 마친 지창욱은 입대 전 또 다른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검토 중이다.
"'더 케이투'를 잘 정리하고 난 뒤 차기작을 검토해 보려고요. 영화든 드라마든 다 열어두고 있어요. 끌리는 캐릭터가 있으면 빨리 뛰어들고 싶어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