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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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 분당 초읽기… 친박, 보수 몰락의 죄 무겁다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3선의 김용태 의원이 이번주 중 탈당을 선언할 것이라고 한다. 사퇴를 거부하는 이정현 대표 지도부와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비박계의 행동 개시로 보인다.

비박 대선주자와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60여명은 어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을 당 윤리위에 제소해 탈당, 제명을 추진키로 했다. 비박이 먼저 당을 나가 ‘새 집’을 짓자는 선도 탈당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을 고심하는 비박 인사가 상당수라고 한다. 두 사람을 신호탄으로 ‘탈당 러시’가 현실화하면 분당을 피하기 어렵다. 집권당이 국정 혼란을 가중시키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내가 녹음기처럼 몇 번을 같은 소릴 해야 하느냐”며 사퇴 거부를 재확인했다. 사무처 요원들이 13년 만에 비상 총회를 소집해 사퇴를 촉구했고 박명재 사무총장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퇴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아예 귀 막고 눈 감은 꼴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 범죄 혐의 전반에 공모관계가 있다는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사리사욕이 있는 분이 아니라는 신뢰를 여전히 갖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머슴’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최순실 게이트’는 사리사욕에 눈먼 최씨 사람들이 국가 권력을 동원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질서를 짓밟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공범 신세가 되도록 방치, 방조한 게 친박 세력이다.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도 하라는 것인데, 되레 살길을 찾겠다며 버티고 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고 민심을 조롱하는 적반하장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이 쪼개지면 내년 대선 전망도 비관적이다.

우리나라 건국과 산업화를 이끈 보수 진영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쟁과 책임 등 보수의 기본 가치가 친박의 패권주의와 오만으로 망가지고 질려버린 보수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보수가 새롭게 재건되지 않으면 자멸하게 된다. 김용태 의원은 “보수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새누리당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박이 끝내 고집을 부리면 분당을 통한 재창당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박계도 저마다 생각이 달라 재창당은 말처럼 쉽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길은 친박의 퇴진뿐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계파만 생각하는 강성 친박이 보수의 미래조차 갉아먹는 셈이다. 보수 정당의 몰락을 재촉하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