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CJ그룹 관계자는 “7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처들과 진행하던 논의가 답보 상태”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투자처들이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주도한 차은택씨 등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K-컬처밸리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내년도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이 사업을 특정인의 이권 개입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문체부는 지난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는 최순실·차은택 관련 의혹 예산이 42개 항목, 3570억7000만원 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그중 19개 항목의 731억7000만원(25.5)을 삭감하겠다고 설명했다. 삭감 항목에는 K-컬처체험관 등 운영비용을 비롯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등이 포함돼 있다.
최종 확정안은 아니지만 차은택씨 등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삭감액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CJ 관계자는 “이미 관련사업을 위해 상업·숙박시설 및 공연장 부지 등 6만6000㎡를 1600억원에 매입했고, 계약금 285억원을 지불했다”면서 “컨설팅 비용, 개발 계획 수립 등에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등 현재까지 수천억원을 투자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컬처밸리에 총 1조400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의 예산 지원이 크게 줄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가 떠맡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K-컬처밸리가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내딛더라도 사업의 지속성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순실씨 등 대통령의 비선 실세 연루 의혹과 함께 정부의 각종 문화사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최순실, 차은택이 K-컬처밸리 사업에 관여했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아는데, (문을 열면) 고객들이 오겠냐”며 “현재 국민 정서라면 K-컬처밸리 공사 현장에 국민들이 달려와 사업 중단을 요구할 판”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일단 사업 중단 여부 등을 놓고 논의한 끝에 사업을 지속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CJ의 다른 관계자는 “K-컬처밸리는 우리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사업의 확장성, 연계성 측면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변함없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이래저래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곳곳에 암초가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