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보궐선거와 2000년 16대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머물렀던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백아파트. 박 대통령은 1998년 4·2 보궐선거 주소지로 사용하기 위해 이곳을 임대한 이후 2000년 6월 매입했다가 2012년 6월 매각했다. 대구=특별취재팀 |
김씨는 인터뷰에서 10여년 전의 일이지만 최씨 일가의 자금 조성 및 배달 과정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선 선거자금 전달용 가방(캐리어)의 모양을 또렷이 떠올렸다. 김씨는 자신이 직접 운반한 돈 전달용 가방이 바퀴가 달린 여행용으로 튼튼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행용 가방 그런 게 많은데, 옷가방 밑에 바퀴 달리고…”라고 설명했다. 번호 열쇠 잠금장치가 있고, 색깔은 밤색이라고 기억했다. 박 대통령 측에서 보낸 가방이 청색이었다는 점과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 일가의 운전기사로 17년간 일한 김모(64)씨가 지난 9일 수도권 인근 한 커피숍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1998년 보궐선거 및 2000년 16대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최씨 일가의 거액 자금이 유입됐다고 증언했다. 특별취재팀 |
서울에서 선거구인 대구 달성군으로 자금을 운반하던 그날의 과정도 정확히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은 당시 달성군 화원읍 대백아파트에서 지냈다. 김씨는 선거 하루 전날 아침에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최씨 모친인 임선이(2003년 사망)씨와 최씨를 태우고 3시간여 달려 대백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대구 달성에) 내려갔다. 아마 오전 8시 조금 못 돼 서울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성격이 매우 급해 3시간30분 정도 달려 오전 11시쯤 (대백아파트 105동 202호에) 도착한 것 같다. (아파트는) 2층이어서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았다. 가방이 너무 무거워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려 계단에서 굴렸다. (가방이) 주르르 굴러가버렸다. (가방을) 할머니 방으로 갖다 줬다”고 말했다.
그는 가방 안에 돈이 들어있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대백아파트 임씨의 방문이 잠겨 열어준 적이 있는데, 방 안에 있던 자신이 배달한 가방 안에 돈이 가득했었다고 전했다.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 정치 입문 시절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은 당시 선거관계자와 최씨 일가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최태민씨의 의붓아들 조순제씨는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서 자신의 모친인 임씨가 박 대통령이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할 때 선거자금을 보태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언론에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조씨는 “우리 모친이 돈보따리 들고 가서 지구당 사무실에, 아파트인가 하나 얻었대. 거기 앉아서 우리 모친이 돈보따리 다 풀고…”라고 나온다.
1998년 대구 달성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되고 난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 연합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최태민 검증 기자회견’으로 구속된 김해호 목사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궐선거에)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에게 붙어 있었죠. 박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그 사람들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시 선거에서 임씨가 상당한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랬을 것이다. 일단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을 돕고 다녔으니까. 박 대통령이 사람을 안 믿고 폐쇄적이지 않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시 최태민 일가 외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