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97년 12월 당시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정계에 입문하고, 1998년 4·2보궐선거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는 15대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 이후 처음 열린 선거로 주목을 받았고,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이 출마한 대구 달성군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에서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지낸 엄삼탁 후보가 출마하면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1998년 3월2일자 대구 ‘매일신문’에는 박 대통령의 공천 확정과 선거 운동 시작을 소개하면서 “정윤회 비서실장은 ‘박씨(박 대통령)에 대한 지역 여론이 아주 호의적인 것부터 비판적인 것까지 다양하다’며 ‘그러나 지명도는 아주 높아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고 자평”이라고 보도했다.
1998년 대구 달성군 4·2 보궐선거 당시 대구 ‘매일신문’ 3월23일자 1면에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가 게재한 ‘박근혜 후원회’ 후원금 모금 광고. |
당시 선거에서도 박 대통령과 최태민씨의 관계, 사생활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1998년 3월17일 매일신문 후보토론회에서 ‘세간에는 염문설이나 동생들과의 불화설 그리고 동생과의 재산 분쟁 등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는 질문에 “(나 자신이) 재산이 없는데 재산분쟁이 있겠느냐. 동생들과는 이번에 출마할 때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모두) 반갑게 승리를 기원해 주었다”며 “사생활 이야기는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이 마음 아프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염문설은 헐뜯기 위한 이야기가 아닌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당시 박 대통령 캠프에서 청년회장을 지낸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시 박 후보가 아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엄 후보 쪽에서 (박 후보) 대백아파트 앞에 잠복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선거 자금난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박 대통령 캠프는 3월23일자 대구 일간지 등에 ‘박근혜 후원회’ 후원금 모금 광고를 실었다. 매일신문은 “박 후보는 달성 보선에 출마한 뒤 선거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8일 후원회를 구성하고 23일 신문광고를 통해 후원금 모금에 들어가는 등 중반 이후 선거자금 마련에 고심”이라고 보도했다.
선거가 임박해서는 ‘돈 선거’ 양상도 나타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매일신문은 3월31일자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와 국민회의 엄삼탁 후보 측은 서로 ‘금품을 살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달성 보선의 막판 혼탁선거 양상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당시 국민회의 관계자는 취재팀과 만나 “엄 후보가 300억원을 쓰고 떨어졌다는 소문도 돌았다”며 “그때 특보들 승용차 트렁크에 박스로 돈이 실려있고 그랬다”고 말했다.
박빙의 선거 구도 속에 돈 선거 양상까지 나타나자 박 후보 캠프도 선거 자금 조달에 총력전을 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엄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가 돈을 8000만원 가지고 (대구에) 내려 와서 ‘나는 돈이 이것뿐이다’고 이야기해 강재섭(당시 선거대책위원장)씨가 ‘이 돈 가지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고 당황해한 걸로 안다”며 “그래서 여기저기서 돈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