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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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수사, 끝까지 원칙 따라 철저히 해야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의 공범으로 적시한 데 이어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변호인은 “공범으로 기재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겠다”면서도 ‘중립적 특검’을 언급해 특검 수사마저도 거부할 여지를 열어두었다. 검찰·특검 조사 수용 입장이 180도 뒤바뀐 데 대해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 또다시 시간벌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다가 이제 와서 조사 부실을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검찰은 내달에 특검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특검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해야 하고, 검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특검 출범 때까지 남은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어제 “대통령 대면조사는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또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끝까지 조사를 거부하면 강제수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응하지 않고 법원도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형사 입건된 만큼 영장에 의한 강제수사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행정부 수장으로서 법을 집행해야 하는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자기모순이다. 법치를 부인하는 것이며, 헌정 문란이라고 비난받을 만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숱한 거짓 해명으로 사실관계를 은폐했다. 지난달 첫 대국민 사과에서는 최씨에게 건넨 문건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이라고 했지만, 장차관급 인선 자료 등 180건이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에 대해 “기업들이 뜻을 모아 순수하게 참여한 것”이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대기업 팔을 비틀어 강제로 거두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해 실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 헌법 조문 뒤에 숨어 법치를 조롱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이제라도 국가지도자의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물러날 데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