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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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잇슈] '최순실 예산' 낙인 찍힐까 지자체들 전전긍긍

 

'최순실 게이트'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는 이른바 '최순실 예산'을 재점검한 뒤 예산을 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관련 예산은 무려 3569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예산의 일부는 중앙 부처가 자체적으로 깎거나 국회 상임위를 거치면서 삭감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경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도 그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 장관이 언제 교체될지도 모르는 상황인 데다 공석인 주요 기관장 임명까지 지연되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주요 사업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사태에서 초래된 '국가 패닉'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시·도정 마비까지 초래될 수 있다.

◆'국가 패닉' 상태 지속될 경우 지자체 주요 사업 마비

또 이번 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강원도에까지 미쳤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축제이지만 최순실씨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비 지원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강원도 공무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최씨 개입 의혹으로 평창의 이미지 추락 및 국비 삭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강원도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국비 추가 지원을 건의하고 나섰지만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최씨와 그 측근 인사들의 관여 의혹에 휩싸인 문화 관련 사업을 추진해 온 지자체의 시름도 두말할 나위 없이 크다.

특히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이권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예고했고, 지자체 역시 세부계획 수정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됐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 KTX 구미역 정차 추진 사업에도 '불똥'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대구공항 통합 이전사업, KTX 구미역 정차 추진에도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튀었다.

신공항 건설 무산 직후인 지난 7월 11일 박 대통령은 군부대와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대구공항 통합 이전 의지를 밝히자 대구는 환영했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 조율이 필요하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통합 이전이 순조롭게 추진될지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KTX 구미역 정차 추진도 지난달 19일 구미를 방문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으나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던 '창조경제' 정책에도 최씨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최씨와 그 측근들이 창조경제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일부 드러나면서다.

◆이번 사태와 무관한 지자체들 '속앓이'

이같은 어수선한 정국 속에 예산안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만약 내각 총사퇴 수준의 거국내각 구성이 이뤄진다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비 지원 요청이나 핵심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산 논의 지연으로 국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사태와 무관한 지자체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