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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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 안된다” 각계서 거센 저항

교육부 28일 ‘현장 검토본 공개’ 강행 강력 비판
교육부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각계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진보성향의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잇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연이은 성명 발표와 함께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2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강행을 중지하지 않으면 국정화 시행에 협력하지 않겠다”며 “(국정화 강행은) 현 정부의 정당성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시국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처럼 행정업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육부가 국정화 강행의 이유로 든 ‘지금 국정화를 중단하면 교육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주장에는 “국정화를 지금 철회해도 2017학년도 역사교육은 얼마든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면서 “기존 검인정 교과서를 활용하면 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을 2018년부터 적용하도록 구분 고시를 하면 되므로 법적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정교과서 배포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대책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겠다”며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검토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검토과정에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있고, 나쁘게 말하면 ‘최순실 교과서’라고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자기 집안을 미화하기 위한 교과서를 만들려 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도 성명을 통해 국정교과서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던 전국 102개 대학의 역사 관련 학과 교수 561명은 이날 이 부총리에게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서신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당초 교육부 자체의 방침이 아닌 청와대와 극소수 정치세력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향후 벌어질 사회적 혼란과 교육의 파행을 피하기 위해 교육부는 지금 당장 국정교과서 제작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지난 21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국정교과서 폐기와 이 부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에는 이틀 만에 4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와 역사교사모임은 오는 25일 기자회견을 한 뒤 서명 결과를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국정교과서 추정 집필진으로 보도된 교수들과 관련(세계일보 11월 7일자 1·10면 참조)한 대학생들의 대자보 릴레이도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대학생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작성한 대자보는 고려대를 시작으로 건국대와 동국대 등 3개 학교에 게시됐다.

이들은 대자보를 통해 각 대학 소속 교수들에게 “교수님,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맞습니까”, “지금 이 순간 역사 앞에 당당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국정교과서 집필진 46명의 명단은 현장검토본과 같은 날 함께 공개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