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멘붕’에 빠졌다. 여느 해라면 예산안 처리와 경제정책방향을 짜느라 가장 바쁠 시기다. 하지만 최근 새 부총리 임명 지연과 최순실 사건 여파로 분위기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국정공백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국무회의는 애초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려 했으나 검찰의 최순실사건 중간 수사 발표로 불참을 결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유일호 부총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등을 심의·의결했다. 연합뉴스 |
기재부 ‘넘버 2’인 최상목 1차관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 차관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지시에 따라 미르재단 설립 실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나타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법원 공소장에도 이름이 거론됐다. 이에 최 차관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실무회의를 주재했을 뿐”이라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출세 코스’로 여겨지던 청와대 근무가 오히려 발목을 잡으면서 앞으로 공무원들 사이에 청와대 파견을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여기에 한때 잘 나가던 조원동 전 경제수석 등 기재부 출신 선배들의 추락도 침체된 분위기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는 평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내년 나라살림과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국 혼란에 묻혀 제대론 된 예산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음달 발표 예정인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도 안갯속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