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바람둥이였던 케네디가 마담 클로드의 업소만 기웃거렸을 리 없다. 백악관 일정은 점심 무렵부터 오후 3∼4시까지 낮 시간대가 공백으로 남기 일쑤였다. 케네디가 수영장에서 사생활을 즐긴 시간대다. 경호원들은 수영장 접근을 엄금했다. 미모의 낯선 여성들만 빼고는. 경호국 요원들은 훗날 케네디가 매춘부들을 줄줄이 만났다고 증언했다. 백악관 외부에 있을 때도, 내부에 있을 때도.
케네디의 부친 조지프는 여성 편력으로 유명했다.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였던 글로리아 스완슨과의 불륜 관계는 세상에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조지프 스스로 떠들고 다녔으니 그럴밖에. 부전자전이어서일까. 아들 케네디도 할리우드 여배우로 여성 편력의 정점을 찍었다. 바로 섹스심벌 메릴린 먼로였다.
먼로는 위험한 상대였다. 불륜 관계가 전면 공개되면 대통령 도덕성에 흠집이 날 개연성이 다분했으니까. 호색 기질을 잘 아는 최측근들조차 먼로를 멀리하도록 강권했다고 한다. 케네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962년 45회 생일을 앞두고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도록 먼로를 초청하는 무리수도 뒀다. 참모진은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먼로가 그 행사에서 걸쳤던 드레스는 ‘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프레지던트 드레스’로 불린다. 이 드레스가 최근 로스앤젤레스 경매에서 약 56억원에 낙찰됐다. 거액을 낸 구입자는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이다. 박물관 측은 “20세기 문화에서 가장 유명한 옷”이라며 “미국 정치사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꿈보다 해몽이다.
어쩌면 최순실씨가 골랐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도 먼 훗날 ‘한국 정치사에 중요한 의의’ 운운하는 해몽에 힘입어 비싼 값에 팔릴지도 모를 일이다. ‘세기의 의상’으로 박물관에 걸릴지도 모르고….
이승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