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숙소와는 달리 주택은 거주공간으로서 삶의 필수재이기 때문에 수적인 충족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작년 기준으로 1630만호의 주택이 있다. 1000명당 325호꼴이다. 미국이 419호, 영국이 435호, 일본이 476호인 것에 비하면 오피스텔 등이 주택으로 제대로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총량에서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
집을 지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집값은 주택재고의 공간서비스 양과 이에 대한 수요가 일치하는 균형 상태에서 정해지는 임대료에 따라, 미래 운영이익과 금리 등이 고려된 자본환원율에 의해 결정된다. 신규공급은 이윤극대화의 원리에 의해 한계비용과 집값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며 노후, 멸실된 주택을 감안하여 새로운 주택재고가 결정된다.
그런데 주택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역은 거주를 위한 사용공간뿐만 아니라 장차 가격이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차익을 기대하며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 생산기간이 길어 수요에 탄력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주택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가격이 왜곡될 여지가 크다. 특히 주택이 준공되기도 전에 단기간의 매매차익만을 얻기 위해 분양권을 전매하는 투기수요가 가세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주택자산이 가계자산 중 절대적인 점을 감안하면 왜곡된 집값은 나중에 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절제된 핀셋규제를 통해 시장의 온기를 꺼뜨리지 않는 가운데 투기수요를 잠재우려는 정부 노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고급수요까지 포함한 다양한 지역수요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좀 더 자유로운 주택시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들이 많다. 1988년 이래 10년 주기로 집값이 급락해왔고 2018년이 이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격과 거래량의 관점에서 순환되는 여섯 단계의 국면 중 침체 진입 국면의 설명과 같이 가격이 보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거래량도 줄어들면서 경기 회복 국면에서 신규 착공된 아파트 입주물량이 서서히 증가되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어쩌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주택이 부족한 실정이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소적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이때쯤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오전 느지막하게 숙소를 나섰다.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가 살고 있는 동해바다는 역시 푸르고 깊었다. 추억이 서린 속초해수욕장에 도착하자 아내는 가까이에서 큰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가까운 미래의 새로운 거주공간의 하나로 저울질해보고 있다.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