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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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6년이 흘렀다… 세계는 무엇을 하고 있나"

알레포에서 온 편지
“6년이 흘렀다. 세계는 무엇을 하고 있나.”

시리아 알레포 지역에서 온 1분16초짜리 동영상 편지에는 간절함이 담겼다. 수신자는 세계. 발신자는 시리아 내전을 겪어온 시민활동가와 의사, 간호사들 십여명이다. 이들은 나란히 서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굳게 입술을 다물고 손을 가운데로 모은 채다. 일부는 시리아 반군기를 들고 있고, 의사 가운과 마스크를 한 남성도 눈에 띈다. 한 여성은 아이를 안고 있다. 그들의 발 밑에는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가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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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시리아 알레포에서 6년 간 내전을 겪어온 활동가들이 세계를 향한 메시지를 전날 동영상을 통해 전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의사 중 한 명인 함자 알카티브는 가운데에 서서 영어로 메시지를 낭독했다. CNN은 “이들이 간절하게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이 인도적 지원을 해주길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카티브는 담담하게 현장에서 집계한 시리아 내전의 6년 현황을 읽어갔다. 그는 “6년 동안 50만명이 죽었다. 그 중 최소 27만1536명이 동부 알레포에서 사망했다”며 “알레포 시의회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 23일 동안에만 문서로 기록된 2300번의 공습, 폭탄 투하, 포격, 염산 가스 등의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주에는 병원 4군데, 학교 6군데 그리고 민병대 본부 등이 부서졌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주장한 사망자 수는 유엔 집계보다 10만여명 더 많다고 CNN은 전했다.
시리아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 대원이 24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폭격 현장에서 구조된 남자 아이를 안고 이동하고 있다.
알레포=AFP연합뉴스

이후 알카티브는 “러시아와 시리아군의 공습은 의도적으로 민간 기반시설을 노리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공습때문에 사람들은 의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 사람들은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으며 공습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해 의료적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6년은 천천히 열차 사고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유엔과 세계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알카티브는 “가능하다면 비행기를 통해 우리에게 물자를 공급해달라. 국제 사회가 알레포의 운명에 손을 내밀어주길 호소한다”며 “과거는 중요치 않다. 현재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당신들의 인도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