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달 초 인터넷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사이버보안법을 발효한 데 이어 러시아와 영국 등 다른 강대국들도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 통제는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우려가 제기되지만 테러와 범죄가 증가하면서 통제 강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엿보기 법’(snooper’s charter)으로 불리는 ‘수사권 법안’이 29일(현지시간) 영국 의회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인터넷서비스 및 통신 업체가 이용자의 웹사이트 방문 등의 기록을 12개월 동안 보관하도록 하고, 경찰·보안당국·세관 등 정부 부처에게 접근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영국 보안정보국(MI5), 국방부 등 정보기관들과 경찰이 ‘사망, 부상,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 손상을 예방할’ 목적으로 ‘장비 개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실상 정보기관의 필요에 따라 이용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법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초안이 공개됐는데,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비판받았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서구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심한 감시법”이라고 비난했고, 애플도 “법안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용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뒷문’이 마련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파리 연쇄테러 등 유럽에서 잇따른 테러와 범죄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라며 입법 방침을 고수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사이버보안법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를 통과했다고 지난 7일 확인했다. 이 법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은 네트워크 침입에 대한 방어능력을 키우고, 국가 안보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인터넷사업자들이 정부 당국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영국의 엿보기 법과 큰 틀에서 취지가 같다.
가디언은 러시아도 자국의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고 중국 당국과 힘을 합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특히 중국 인터넷 감시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요소들을 자국 인터넷 통제시스템인 ‘레드 웹’(Red Web)에 포함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트인’ 사이트를 차단한 결정도 인터넷 통제 강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여기다 지난여름 발효된 반(反)테러법(야로바법)은 인터넷통신사업자가 네티즌의 사이트 접속내역 정보를 1년 동안, 동영상 등 교신 내용을 6개월간 각각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
러시아가 중국에 기대고 있는 것은 서방 제재로 IT기술 확보에 어려움이 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국과 러시아 최고위급 관리들이 첫번째 사이버안보 포럼을 열었고, 6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사이버 공간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러시아 IT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제조업체들이 서방의 제재로 생긴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영, 수사권 강화 ‘엿보기 법’ 통과/정보기관, 전화·컴퓨터 해킹 가능/중, 11월 사이버보안법 의결/안보 관련 땐 사업자가 기술 지원/러, 중 감시시스템 자국망에 이식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