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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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감독님, 당신은 욕심쟁이 우훗훗"

“아직 대한항공만의 색깔이 없잖아요. 적어도 2개 이상의 지표는 1등을 해야죠”

감독들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다. 하기야 끊임없이 위를 바라보는 투쟁심이야 말로 좀 더 완벽한 팀을 만드는 원천이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신임 사령탑 박기원 감독은 2라운드를 선두로 마쳤음에도 그의 눈에는 잘하는 부분보다 아쉬움이 먼저였다.

대한항공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삼성화재와의 홈 경기에서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3-2 대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2를 챙긴 대한항공은 승점 25(9승3패)로 2라운드를 선두로 끝마쳤다. 2위 현대캐피탈(승점 22, 8승4패)과는 승점 3점차.

이날 대한항공은 공격득점에서는 64-75로 크게 밀렸다. 그러나 블로킹 득점에서 14-7로 앞섰다. 특히 팀 블로킹의 절반에 해당하는 7개가 상대 주포인 타이스를 막아낸 것이었다. 여기에 범실도 18개로 삼성화재(28개)보다 훨씬 적었기에 ‘리버스 스윕’이 가능했다.

경기 뒤 인터뷰실에 들어선 박 감독은 “3-0으로 이긴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면서 “예전 대한항공은 패색이 짙던 경기를 좀처럼 뒤집어 내지 못했는데, 오늘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끈기를 발휘해줬다. 선수들에게 잘 했다고 칭찬 좀 해줘야겠다”며 기꺼워했다.

그럼에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있었다. 바로 올 시즌 새로 부임해 자신이 새로 입히고자 하는 색깔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이었다. 박 감독은 “공격이나 블로킹, 서브, 리십, 공격배분 등 팀 전력을 구성하는 부분에서 좀처럼 다른 팀들보다 월등한 부분이 없다. 그렇다 보니 어느 팀하고 붙어도 쉽게 가는 경기가 없다. 다른 팀들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대한항공만의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로 마친데다 모든 지표에서 고르게 잘 하고 있으니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묻자 “대부분 2~3등이지 않나. 적어도 2개 정도는 1위를 해야 한다. 대한항공만의 색깔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만 경기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 말대로 대한항공은 팀 지표에서 1위인 부분이 없다. 팀 공격종합 3위(53.48%), 팀 서브 2위(세트당 1.149개), 팀 블로킹 2위(세트당 2.617개)에 올라있다. 오히려 팀 리시브(세트당 8.106개)와 팀 디그 5위(세트당 8.149개)로 팀 수비(세트당 16.255개)는 최하위다. 모든 감독들이 기본이라고 외치는 수비에서 최하위임에도 성적인 선두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새삼 박기원 감독의 지도력과 세터 한선수의 경기 운영, 가스파리니-김학민을 위시한 공격수들의 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박 감독은 시즌 초반 주창했던 ‘상시 3인 리시브 시스템’에서 최근 한 발 물러났다. 리시브 성공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해 빼어난 공격력에 비해 리시브가 다소 떨어지는 김학민의 리시브 부담을 확 줄였다. 상대 서브가 플로터일 경우 김학민의 반경을 확 줄여줬다. 그는 이를 ‘2.5인 리시브’라고 표현했다. 리시브 부담을 한결 덜어낸 김학민은 가스파리니(30점)와 함께 양팀 통틀어 최다인 30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김학민의 공격성공률은 69.44%에 달했기에 58.54%의 가스파리니보다 효율은 훨씬 더 빼어났다.

전술적 유연함까지 가미하며 팀 승리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찾아가고 있는 박기원 감독과 대한항공. 시즌 끝까지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숙원인 V-리그 첫 챔프전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박 감독 말대로 ‘대한항공이 제일 잘하는 1~2개’를 찾아내느냐에 여부에 달렸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대한항공 점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