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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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마비가 경제 마비로 번지게 해선 안 된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한국 경제의 저평가 대열에 동참할 모양이다. 코시 마타이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부국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리뷰’ 간담회에 참석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아직 4분기 지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 경제 지표를 보면 아마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7%, 내년 3.0%로 각각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3.0%에서 2.6%로 끌어내렸다.

굳이 외국 기관의 분석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에 머물렀다. 네 분기 연속 제자리걸음이다. 내수시장은 쪼그라들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지 오래다. 대외 상황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섰다. 조만간 가시화할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는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이런 내우외환을 무사히 넘기려면 정부가 총력을 쏟아도 힘들 판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려 정신이 없다. 나라 안팎의 위기에 대처할 경제 사령탑조차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진력을 잃었고, 임종룡 내정자는 한 달이 넘도록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한 지붕 두 경제 사령탑’ 해소가 시급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여의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살림살이로 분주해야 할 공무원들은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도 뻔히 쳐다만 보는 꼴이다. 국가 위기에 발 벗고 나서는 공무원들의 공복 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마비가 경제 마비로 번지게 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더라도 나라경제까지 탄핵을 맞게 해선 안 된다. 그러자면 위중한 경제 상황을 감안해 경제 컨트롤타워만이라도 서둘러 세워야 한다. 임종룡 카드를 살리든지 아니면 여야 협의를 통해 제3의 인물을 찾아 하루빨리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로 시름에 젖은 국민에게 경기 침체의 고통까지 떠안기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국가를 생각하는 야당의 혜안과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