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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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직격탄… 거래는커녕 문의조차도 뜸해요”

11·3 대책 이후 ‘거래 실종’ 강남 4구 재건축 단지 가보니
“이제야 고객 전화가 왔네요.”

7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내 A 공인중개사 대표가 “요새 거래는 제쳐두고 문의 전화 받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하던 중 벨이 울리자 전화 수화기를 잠깐 귀에 댔다가 떼더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는 “11·3부동산대책 발표 전에는 평일 낮에 발품 파는 손님도 있고 전화도 자주 돌았는데 요즘엔 하루에 매매 문의 전화 몇 통 받기도 쉬운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대책 변화의 신호가 없는 이상 관망세로 돌아선 지금 분위기가 당분간은 오래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상승세를 이어오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2년 만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하락의 진원은 11·3대책의 직격탄을 맞아 급랭한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다. 특히 이들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 거래가 활발했던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인근의 거래 둔화가 눈에 띄었다. 내년 중 이주·철거가 예정돼 있는 등 재건축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인 둔촌주공아파트는 현재 세대수가 5930세대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중 찾기 힘든 대단지이기에 그간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손꼽히던 곳이었다.


그러나 11·3대책 이후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을 포함한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책 발표 다음날 -0.01%로 하락세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일 -0.16%로 나타나 5주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실제 인근 공인중개사의 말을 종합하면 단지별로 대책 발표 이전보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5000만원 이상 매매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업소가 밀집한 둔촌종합상가에 위치한 B공인중개사 대표는 “전매제한 강화 같은 규제로 투자 가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점점 빠지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더 내려갈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강남 4구에서 신고된 아파트 매매 거래는 11월 2468건으로 기록돼 대책 발표 전인 전달(3159건)보다 21.9% 줄었다. 이는 올해 4월 1850건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강동구 둔촌동은 같은 기간 117건에서 76으로 30% 이상 거래가 줄었다.

B중개사는 “대책 발표 이후 11월 중순 즈음엔 문의하는 손님 찾기도 어려웠다”면서 “그나마 얼마 전부터 이쪽 거품이 빠진다는 뉴스가 계속 나가서인지 문의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대부분 중개업자들은 시장 침체 장기화를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는 조만간 하락세가 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엿보이기도 했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일단 정부 대책이 의도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 만큼 거품이 최대한 빠지는 시기를 노리는 이들이 분명히 있는 것도 현실”이라면서 “나도 문의 손님이 있으면 이런 부분에서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설득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다른 관계자도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정부로서도 우려를 느낄 수밖에 없으니 내년 중 진행될 수 있는 대선 이후 무조건 정부 정책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