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정치적 합의가 무망한 상황에서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만 남은 상태다. 헌법이라는 궤도에 올라 탄 탄핵 열차의 종착지는 국회 탄핵안 가결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를 모르지 않는 정치권 인사들이 당리당략적 잡음들로 국민 불신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야 3당은 어제 국회에서 탄핵 촉구 공동결의대회를 갖고 탄핵안 가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탄핵 참여를 압박하고 밤샘 농성도 벌이기로 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은 물론 탄핵 이후 로드맵 논의조차 뒤로 미뤄놓았다. 야당이 추진하는 ‘압도적 가결’을 위해서는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들은 어제 소추안에서 ‘세월호 7시간’을 뺄 것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거부했다. 더 많은 의원들의 참여를 위해 수정할 뜻을 내비쳤다가 분노하는 여론에 편승해 한 발 뺀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즉각 하야’ 발언도 탄핵 공조의 걸림돌이다. 새누리당 비주류측 황영철 의원은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이 탄핵안이 통과되고 나면 대통령은 즉시 하야해야 한다는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며 “문 전 대표는 탄핵안 부결 시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 유력 주자의 거취를 연계한 건 다분히 정략적이지만 문 전 대표가 빌미를 제공한 게 사실이다. 탄핵안 가결 시 박 대통령 즉각 하야 주장은 탄핵 절차를 무시한 초헌법적 발상이다.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는 선거를 빨리 치를수록 자신한테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 몰라도 즉각 퇴진을 바라는 ‘촛불 민심’만 좇는 무책임한 행태다.
대한민국 리더십 중단을 가져올 수 있는 대통령 탄핵은 그 자체로 엄중하게 헌법 기관인 의원 개개인이 숙고해 결정할 사안이다. 탄핵을 마치 내년 대선의 사전선거운동쯤으로 여기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선주자들 언행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진보 진영은 ‘9일 인간띠로, 촛불로 국회를 에워싸자’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상대로 “망신당할 수 있다”고 겁박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 책임을 탄핵으로 묻고 그 결과가 어떠하든 수용하는 게 민주주의 기본이다. 특정인, 특정계파의 이해득실에 휘둘릴 사안이 아니다. 탄핵 정국을 만든 건 주말마다 강추위에 촛불을 들고 나온 국민들이지만 탄핵 이후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책임지는 건 정치권이다.
[사설] 대통령 탄핵도, 그 이후 논의도 헌법 테두리 벗어날 수 없다
기사입력 2016-12-08 00:50:13
기사수정 2016-12-08 00:50:12
기사수정 2016-12-08 00:50:12
문재인 ‘탄핵 즉시 하야’
대권욕 앞세운 초법적 발상
당리당략 잡음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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