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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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 땐 '대선 급행'… 부결 땐 정치권 '촛불 심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밤 국회 본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일부터 매일 오후 6시부터 촛불집회를 진행해왔다.
이제원 기자
헌정 사상 두번째로 발의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세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칼자루를 쥔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 탄핵안이 어떤 방향으로 처리되든 정치권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안길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가결 여부에 따라 정치권에 전해질 충격파의 방향과 크기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정국 전망과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경찰 저지선을 경계로 기독교계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왼쪽)와 정의당의 탄핵 촉구 연좌 농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가결되면 이번엔 ‘대선 열차’

탄핵안이 가결되면, 정치권은 급속히 대선정국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동시에 여야 모두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정치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경우 탄핵 이후 당 주도권과 쇄신방향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남아 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쪽은 야권과 탄핵 공조에 힘써온 비박(비박근혜)계다. 비박계가 공언한 대로 당의 해체와 재창당을 추진하면, 친박(친박근혜)계 인적 청산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비박계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가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부역자 명단’이 축출 대상으로 꼽힌다. 본회의 표결 시 220표 이상 압도적인 찬성표로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비박계의 쇄신동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친박계는 당내 입지가 크게 위축되며 폐족으로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재문기자
찬성표가 가결정족수인 200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친박계 지도부가 앞서 제시한 ‘12월21일 사퇴, 1월21일 전당대회 개최’ 방침을 고수하며 재기를 도모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으로 가면 지도부 사퇴는 없다고 했던 방침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혼란스러운 여권과 달리, 야권은 안정적으로 대선체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을 지지한 민심을 등에 업고 손쉽게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그러나 풍부한 후보군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선레이스가 조기 점화할 경우 오히려 야권 분열은 심화할 수 있다는 게 변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탄핵 부결시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의원직 총사퇴 방침을 밝히며 사직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제원기자
탄핵 부결되면 개헌론 봇물

탄핵안이 부결되면, 광장을 채운 촛불민심의 분노는 곧장 국회를 정조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퇴진과 조기 대선의 명분도 줄어드는 만큼 향후 정치일정을 놓고 여야 모두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정국혼란의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헌법 개정이 유일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담장에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물이 붙어 있다.
남정탁 기자
특검 결과를 지켜보며 제2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예방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나서는 방안이다. 개헌론이 본격화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모델을 둘러싼 논란이 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제3지대를 포함한 정치세력 간의 이합집산과 개헌 이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당내 권력투쟁 등으로 정국의 불투명성이 극대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 부결 이후에도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 로드맵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회는 국무총리 인선을 비롯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착수해야 하고, 내년 초 귀국할 예정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변수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