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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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교안 대행 체제, 국회와 협력해 국정운영 중심 잡아야

어제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권한대행 체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면 그때까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조기 대선을 치를 때까지 유지된다. 대한민국이 안팎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최장 8개월간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국회 탄핵안 가결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추진 이후 두 번째다. 그때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였고 헌재가 탄핵안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국정농단이라는 엄중한 혐의여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황 권한대행은 보다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정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박근혜정부 총리로서 공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로 야권 일각에선 그의 퇴진을 요구하지만 황 권한대행 체제 외엔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 그런 만큼 소명의식을 갖고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도 국정 리더십은 이어가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떠맡아야 할 책무다. 국정 현안이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데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안보에 허점을 보여선 안 된다. 황 권한대행은 어제 국무회의와 국가안보회의(NSC)를 잇달아 열어 주요 현안과 안보 불안요인을 점검했다. 대국민 담화에서도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헌정 질서와 법치의 수호도 핵심 과제다. 특검 수사와 헌재 심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여건을 조성하면서 느슨해진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악화일로의 민생경제를 되살리려면 경제 현안을 책임지고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게 급선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후임으로 지명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어정쩡한 동거체제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국정 현안을 제대로 챙기려면 국회와의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 야당들은 국정 각 분야에서 박근혜정부 핵심 정책의 철회를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황 권한대행과 내각은 여야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주요 현안의 처리 방향을 정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간 협력을 통한 국정 운영의 모델을 세워나갈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난국을 추스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치력을 십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