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어제 가결되면서 비상시국을 관리해야 하는 국회의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헌법재판소 탄핵심리가 진행될 몇달 동안 행정부의 정상적 기능이 어려운 만큼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건 입법부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는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다수권력인 거야가 당과 지지자보다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라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필요하다. 야 3당은 12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회와 정부가 국정, 민생 안정을 위해 공동협력하는 틀을 마련하겠다”며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비슷한 방안을 제시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모두가 제 할일을 하면서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여야정은 머리를 맞대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관리형 내각을 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사람이 동시에 강조한 경제부총리 임명이 급선무다. 여야정이 제대로 돌아가야 탄핵 열기에 휩싸였던 국민들도 냉정을 찾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일부 과격 시민단체의 구호에 휩쓸리면 평화집회 기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대통령 즉각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강공 노선을 접지 않아 우려스럽다. 문재인 전 대표가 불씨를 댕긴 ‘즉각 퇴진론’은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당리당략적으로 비친다. 대선을 이른 시기에 치르면 지지율 1위인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어제 “박 대통령은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과 국회의 뜻을 받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각 퇴진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던 추 대표는 “황교안 대행체제가 재벌·검찰·민생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는지 지켜보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추 대표가 벌써부터 “국정교과서 강행, 위안부 협정 같은 실정에 대해 즉각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말한 건 압박으로 들린다. 여차하면 황 대행체제를 비토하겠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권력을 잡은 듯한 오만한 인상이다.
민주당은 오늘 촛불집회에 참여해 즉각 퇴진 공세를 벌일 방침이다. 제1야당이 국정 안정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촛불민심’에 기댄 거리 투쟁을 계속한다면 정국 불안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탄핵 후에도 정국 주도권과 대선을 겨냥한 선명성 놀음에 골몰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야당이 앞장서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사설] 대권게임 빠져 정국 안정 외면하면 야당이 역풍 맞을 것
기사입력 2016-12-10 00:59:05
기사수정 2016-12-10 00:59:43
기사수정 2016-12-10 00:59:43
민주당 국회·정부 협의체 제안
관리내각 구성부터 시작해야
즉각 퇴진 운동은 혼란 부채질
관리내각 구성부터 시작해야
즉각 퇴진 운동은 혼란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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