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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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달라진 촛불집회 모습, 퇴진에서 시국개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다음날 열린 7차 촛불집회는 탄핵 이후의 시국에 대한 청사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광화문광장을 메웠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의 형사처벌과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정부의 노동법개정안 폐기 등 현 정권의 정책 개선을 주장했다.
지난 6차 촛불집회까지 시민들의 요구는 ‘대통령 즉각 퇴진’이었다면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국정농단 시국 개선’이었다.

집회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1∼5차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축제 분위기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고, 6차 촛불집회 분위기는 엄중한 분노였다. 7차 촛불집회는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기쁜 분위기 속에서도 더 나은 사회를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을 가득 메운 구호도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에서 “구속하고 조사하라”고 바뀌었다. 또한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재벌까지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에 배포된 전단지에는 ‘재벌에게 엄벌을’, ‘재벌을 공개 수배합니다’, ‘재벌을 구속하라’ 등이 적혀있었다.

과거 집회에 ‘트잉여(트위터 이용자) 연합’, ‘혼자온사람들’, ‘사립돌연사박물관’ 등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깃발이 많았다면, 이번 집회에는 ‘대통령 구속’, ‘정경유착 재벌 기업 처벌’, ‘박근혜 정책 재검토’와 같은 깃발이 대부분이었다.

수원에서 온 강모(30)씨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지금부터는 현 정권의 잘못을 개선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며 “대통령의 퇴진이 끝이 아니고 어지러운 시국을 개선할 때 까지 촛불을 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과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김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등이 ‘탄핵 이후 광장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이 교수는 토론회에서 “대통령 탄핵 이후 시민정부가 출발해 직접 민주주의와 정당시민연합정부 등을 논의해야한다”며 “시민혁명에 의한 광장 정치는 결과적으로는 제도정치권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발언자로 참석한 시민 홍모(67)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광장은 그때 쥬요 이슈마다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혜의 장이 돼야한다”며 “이번 촛불집회가 명예로운 시민혁명으로 완성될 수 있으려면 지혜와 촛불동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공연예술단체 ‘창작그룹노니’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잊지 말자는 취지로 304개의 구명조끼와 희생자 이름을 남기는 퍼포먼스로 숙연함을 더했다.

김범수·이창훈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