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시판된 다양한 삐삐. 세계일보 자료사진 |
문자나 음성으로 짧은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추억을 자극하는 건 난수표 같은 숫자암호. 숫자로 이어진 조합은 주옥 같은 소통의 언어가 됐다. 가장 많이 날아온 메시지는 8282(빨리빨리). 성질 급한 직장상사들이 애용했다. 전화가 늦으면 ‘1818’이라는 욕 폭탄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준 삐삐를 지옥의 선물이라고 불렀다. 가장 현란한 삐삐언어는 연인들의 메시지. 0124(영원히 사랑), 2514(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사람), 1010235(열렬히 사모). 닭살 돋는 숫자조합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알쏭달쏭해 약어해설집이 나올 정도였다.
언제 어디서건 바로바로 통하는 스마트폰 세상. 기다림과 설렘의 애틋함은 구닥다리 감성이 되어버렸다. 편리함만 찾는 기계적 소통, 사람끼리의 정감이 메말라가는 건 아닐까.
김규영 편집위원
△1996년 12월12일 한국, OECD 12번째 가입
△1995년 12월16일 축구 응원단 붉은악마 탄생
△1903년 12월17일 라이트 형제 비행 처음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