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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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지키자 " 보수단체 맞불 시위

50여개 단체 청계광장서 집결 / 주최측 최대 100만·경찰 4만 추산 / 일각, 진보·보수 진영 대결 우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원천무효입니다. 우리가 대통령을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촛불 시위에 무임승차해 정권 쟁취의 야욕을 드러낸 야권의 실체가 보이지 않습니까. 촛불 든 시민이여, 제자리로 돌아가십시오.”

“대통령 탄핵 무효” 주말 7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대학로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규탄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극우성향의 보수단체들은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열었다. 탄핵안이 처리되며 촛불 민심이 ‘1차 승리’를 거두자 보수진영 중 박 대통령 지지가 확고한 극우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등 50여 단체가 참여한 이날 집회에는 60∼80대가 주를 이룬 참가자들이 저마다 태극기를 쥐고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고맙다. 탄핵찬성 덕분에 오천만이 깨었다’, ‘태극기가 휘날리면 촛불은 꺼진다’ 등의 팻말을 흔드는 한편 “종북세력 몰아내자”, “성형설, 굿판설로 안 되니 90분 머리설 주장하는 좌파들은 죽어라” 등 구호를 외쳤다.

탄핵안 가결의 충격 탓인지 이날 보수단체 집회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최대 인파가 모였다.

집회 시작 전 박사모 회원 등을 대상으로 ‘촛불집회 232만명을 넘어서는 애국시민 300만명이 동아일보사 앞을 채워야 한다’는 문자메시지가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대학로에서 이어간 2차 집회에서 “100만명의 애국시민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해가 지기 전 끝난 이 집회 인원을 4만명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보수·진보세력 간 진영 대결 양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는 촛불민심에는 보수성향의 시민도 대거 참여하고 있는 등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에는 한계가 많아 과거의 이념대결이 재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일단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탄핵심판에 착수한 만큼 차분히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시에 경제 악화 등 나라 안팎의 위기에 대응하고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데 여야 정치권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준영·이창수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