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지사(왼쪽 다섯번째)와 김용태 의원(〃 여섯번째) 등이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현직 탈당 의원모임에서 신당 창당과 정치개혁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나섰던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가 11일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자진탈당 및 지도부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박(비박근혜)계가 예상보다 많은 숫자의 여당 내 탄핵안 찬성에 고무되어 공세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친박계는 ‘비박계가 나가라’고 맞섰다. 탄핵 국면 내내 계속돼 온 양측 대치는 이번 주 중대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분당으로도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다.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된 이들도 스스로 떠나야 한다”며 친박계 자진탈당을 요구했다. 아울러 “현 지도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헌법위배 방조와 옹호,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규명 및 단죄 노력을 끊임없이 방해하여 민심이반을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즉각적인 지도부 총사퇴도 요구했다. 야당을 향해선 “탄핵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광장에서 국회로 돌아와 민생과 국가경제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의 결론은 친박계를 향해 ‘당을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안 표결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최소 60명 이상 찬성표를 던지며 비박계 주장에 탄력이 붙게 되자 이 기세를 몰아 친박계 축출에 나선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친박계가 당을 떠나지 않을 경우 대처방안을 놓고도 논의가 벌어졌는데, ‘당을 떠나자’는 탈당파와 ‘친박계 축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구당파 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탈당과 관련한 격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무성 전 대표 측이 탈당 쪽에 섰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 측은 구당 쪽에 비중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은 “일단은 ‘탈당’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최선을 다해 당 지도부 교체 및 쇄신을 만들어 보고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때 가서 논의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시국위가 설정한 시한에 대해서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시국위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11명으로 구성됐던 대표자회의 대신 한두 명 정도의 비상시국위 대표를 뽑기로 했다. 대표자회의 한 인사는 기자들에게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 모두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친박계는 탄핵안이 통과된 지난 9일 서울 강남 지역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열어 '이정현 지도부' 사퇴 후에도 친박 주도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권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친박계는 '탄핵일 만찬회동'에서 비주류의 지도부 즉각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한편, 친박 주도의 비대위를 꾸림으로써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기존 방침을 더욱 굳혔다. 회동에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회동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태호 이인제 전 의원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친박계 원내외 100여 명으로 구당 모임을 구성하기로 했다. 친박계는 이날도 저녁 긴급모임을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끝에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와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며 사실상 두 사람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친박계 움직임에 비박계는 비상시국위 긴급모임을 12일 오전에 열기로 결정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친박계가 저렇게까지 나오면서 우리는 (친박계 축출 명단을) 공개해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안되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