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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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호남 지지율 급상승…안철수 제치고 문재인과 접전

'호남이 미는 영남 후보' 재현되나
야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분류됐던 호남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존재감이 심상찮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탄핵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제치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나란히 '빅3' 반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5~9일 전국 성인 2,517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스마트폰앱, 유무선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시장은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6.2%를 기록해 문 전 대표(23.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8.8%)에 이어 또다시 3위에 올랐다.

4위인 안 전 대표가 8.0%의 지지도를 기록, 이 시장의 절반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 시장이 이제는 '빅3권'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호남이다. 이 시장은 같은 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지율 21.3%를 기록, 지난주(15.4%) 대비 5.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가 같은 지역에서 21.5%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둘의 차이는 불과 0.2%p이다. 반면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광주·전라에서 16.9%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전략적 투표 성향'으로 분류돼 왔다. 반새누리 성향이면서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는 세력에 표를 던져줬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교섭단체를 만들어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최근 안 전 대표가 지지율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호남 유권자들은 이 시장에게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내 잔존하는 반문정서로 인해 전폭적 지지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시장이 '싫은 문재인'과 '약한 안철수' 사이의 대안으로 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장이 호남권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현상을 두고, 지난 2002년 '호남이 미는 영남 후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당시 지지율 1위였던 이인제 후보를 제치고 야당 후보로 확정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결 짓는 시선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호남이 야권의 심장이지만 호남만으론 안 되고 영남과 다리를 놓아야 된다.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주자' 전략으로 가는 것"이라며 "부산 출신인 안 전 대표도 이를 노리고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을 창당한 건데 너무 약하고, 문 전 대표는 반문 정서가 있어 이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이 되자 이 시장의 인기를 '사이다 발언' 등으로 인해 빚어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절하하던 정치권 시각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이 시장이 호남의 본격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하고, 자신의 전공분야격인 복지·수당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책화하면 위협적인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 시장이 거침없는 발언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문제는 시대정신을 읽는 것인데 이 시장은 이번에 촛불민심을 정확히 읽었다. 이슈 선점 능력을 보여준 건데 내년 대선에서도 수당문제 등을 쟁점화하면서 자신의 시정 능력을 내세워 밀고 나가면 무시를 못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