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대한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 못지않게 친박도 크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과 함께 친박도 탄핵을 당한 것이다.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새누리당은 강성 친박을 청산하고 재창당 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국민 신뢰를 되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친박은 그러나 탄핵 이후 되레 적반하장으로 나오면서 계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쳤다. 친박 원내대표 확보는 그 일환이다. 정 의원은 62표를 얻어 55표에 그친 비박계 나경원 의원을 눌렀다. 탄핵 찬성표(62표)를 감안하면 친박은 똘똘 뭉쳤고 중도 성향 의원도 적잖게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당권을 사수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사즉생 마음으로 한번 살려보자”며 ‘친박 2선 후퇴’를 요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허하기 짝이 없다.
이정현 대표와 친박 지도부는 어제 일괄 사퇴했다. 정 원내대표 당선으로 친박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봐서 21일 사퇴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당헌·당규에 따라 정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이 되면서 비상대책위 구성 등을 주도하게 됐다. 전국위원회를 통한 비대위원장 선출은 당 진로의 또 다른 분수령이다.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 비대위원장 추천’을 주장했다. 비대위 구성이나 원내대표단 인선에서 비주류를 적극 기용하면 내분을 봉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러나 친박의 득세가 계속되는 한 당 쇄신은 없다. 친박 입맛대로 비대위원장 등을 뽑으면 비박계가 더 이상 당에 남아 있을 명분도, 이유도 없게 된다.
비박계 리더인 유승민 의원은 “앞으로 (거취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미 탈당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탈당 논의가 힘 받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두 사람부터 입장이 달라 실행 여부와 시기는 미지수다. 친박과 으르렁거리다 주저앉을 수도 있다. 잔류해봐야 가짜 보수에 가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새 길을 찾아야 보수 재건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