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반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유엔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한국민이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잃고 싶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나라의 미래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한국 국민들이 만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라며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포용적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을 극복하는 포용적 리더십이 시대정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민들이 회복력과 매우 성숙한 민주체제를 통해 이같은 어려움을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9월15일 정세균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미국 뉴욕에서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정상들과 소통하고 정상 간의 외교도 잘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 미사일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개선하는 동안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론과 북한붕괴론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선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에게 끌려다녔고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사드 배치 등으로 관계가 냉랭해진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반 사무총장이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외교정책을 대놓고 칭찬한 점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