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 리더 신대철씨. |
박사모 등은 이날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왕복 행진을 하며 ‘100만 송이 장미 대행진’ 퍼포먼스를 벌이는 한편,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강산’ 등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에 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V를 보다가 너무 기가 찬 광경을 봤다”며 “친박 단체들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노래는 나의 아버지가 1974년에 작곡한 노래”라며 이 곡이 탄생한 배경을 소개했다. 당시 최고의 히트곡 작곡가였던 신중현에게 어느 날 청와대에서 전화를 걸어 “각하(박정희)의 노래를 만들라”고 강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중현은 ‘박정희 찬양가’는 쓸 수 없다며 거절했다. 공화당에서 다시 전화를 해 “(노래를)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고 협박까지 했으나 재차 거절했다고 한다.
신씨는 “고심하던 아버지는 ‘신중현과 엽전들’ 2집(1974년)에 ‘아름다운 강산’을 수록한다”며 “이후 이선희가 리메이크한 버전(1988년)과는 많이 다른 오리지널 버전은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노래 역시 금지곡이 됐다. 신씨는 “가사를 잘 살펴보면 교묘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 새 희망을’이라는 전반부 핵심과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꿈을 /만들어 보고파’라는 후반부 핵심 가사를 톺아보면,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격됐던 시대를 향해 ‘새 희망’과 ‘새 꿈’을 노래하며, 어쩌면 아고라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래서 이 노래는 유신 내내 금지곡이 됐다”며 “그러므로 박사모, 어버이(연합)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면서 글을 맺었다.
이에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다음주 토요일은 크리스마스 이브(24일)이고 그 다음주 토요일은 올해 마지막날(31일)”이라며 “뜻 깊은 날, 더 많은 국민과 함께 ‘아름다운 강산’의 노랫말을 같이 곱씹을 수 있도록 신대철 님께 연락을 드려봐야겠다”고 화답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