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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이 저서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서두에 내놓은 질문이다.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우리 미국인들은 왜 미국 헌법을 지지해야 하는가?” 도발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이다. 질문은 꼬리를 문다. “미국 헌법이 시민들을 위해 잘 기능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어떤 기준에서 그렇다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미국 헌정체제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기준에 얼마나 잘 부합하고 있는가?” “다른 모든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미국 헌법과 매우 다른 헌정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왜 그런가?”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는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그 목적은 “헌법 그 자체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도록 자극하는 데 있다”고 달은 설명한다.
답변을 들을 차례다. 달에 따르면 1787년 헌법제정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은 대다수 시민들이 공화국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확신했기에 공화국 형태의 정부 외에 다른 선택을 하지 못했다. 군주제에 호감을 가진 대표는 거의 없었고, 당시 미국에서는 귀족이 누구인가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했다. 프랑스 정치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19세기 초 미국을 방문한 뒤 쓴 ‘미국 민주주의’ 첫머리에서 “미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나의 관심을 끌었던 새로운 현상들 중에서, 삶의 조건이 전반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만큼 강렬하게 나를 놀라게 한 것도 없었다”고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아울러 13개 주가 이미 존재하는 데다 훨씬 더 많은 주들이 편입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연방제 공화국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달은 “유일하게 쟁점이 된 문제는 각 주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였다”고 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출 방법은 지금도 논쟁거리다. 달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는 시민이 수용할 만한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마 대통령 선출 방법의 문제보다 더 완벽하게 실패한 부분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각 주의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주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제도 탓에 대선 후보들이 경합 주(swing states)에서만 치열하게 경쟁하며, 제3당 후보들이 선거인단 표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전체 득표 수에서 뒤지고도 주별 선거인단 확보에서 앞서 당선을 확정지은 것을 떠올리게 된다.



달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을 존중하는 사람들 속에서 헌법의 목적은 시민들 사이의 정치적 평등을 강화하는 정치제도, 그리고 정치적 평등과 민주 정부가 존속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그 모든 권리, 자유, 기회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헌법과 그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활성화하는 한편, 미국 헌법의 한계 내에서 보다 많은 정치적 평등을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박완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