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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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 '강남시대' 연다…경쟁심화에 실적 하락 우려도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 무역센터·월드타워·센트럴시티 후보지 선정
"강남찾는 관광객 잡겠다" 포부…시내면세점 '레드오션' 전락 우려도
현대면세점 9층 조감도. 사진=현대면세점.

'면세점 강남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지난 17일 관세청이 현대·롯데·신세계면세점을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했는데, 이들이 각각 무역센터, 월드타워, 센트럴시티 등 강남 지역을 후보지로 내세운 것이다.

신규 사업자들은 명동, 동대문 등 강북지역에 집중된 관광인프라 서울 전역으로 확산해 국내 관광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내면세점이 2년새 6개에서 13개로 2배 이상 늘어나면서 경쟁이 과도해질 것이란 우려도 상존한다.

◇ 유통 '빅3' "면세점도 '강남스타일'"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은 모두 강남 지역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9곳 중 8곳은 모두 강북권에 소재해 있다. 면세점업계 각각 1~2위 점포인 롯데면세점 소공본점, 신라면세점 장충점 등이 그 예다. 강남지역은 대규모 관광객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개별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우선 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면세점)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을 리모델링해 특허면적 1만4005㎡(약4244평) 규모의 '대형럭셔리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연계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개별관광객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쉬운 삼성역 및 봉은사역과 접해 있는 점도 장점이다. 향후 들어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코엑스를 연계해 이 지역이 마이스(MICE)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지도 관심사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내년 4월 그랜드오픈 예정인 롯데월드타워와 연계한 관광객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이미 26년간 영업을 해오며 국내 면세점 점포 3위 수준인 6112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액을 기록하 곳이라, 이른 시간 내 재개장이 예상된다. 월드타워점은 국내 최대 규모(1만7334㎡)의 면세점 공간 및 세계 최고 높이(123층)의 전망대 면세점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송파잠실관광특구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이 면세점 후보지로 정한 반포 센트럴시티는 고속버스터미널을 비롯해 3·7·9호선을 모두 접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서초구 '서리풀페스티벌'과 제휴, 예술의 전당 일대 문화지구 조성 등 지역관광활성화도 추진하며 강남권 일대의 관광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신세계그룹으로선 올해 초 신세계 강남점 증축을 시작으로 스타필드 하남 개장, 코엑스몰 임차운영자선정 등 '쇼핑 강남벨트'를 완성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 사업자 늘고 중국發 악재까지

한때 면세점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지만 면세점 사업자가 급증한 데 따른  과열경쟁 우려도 크다. 최근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사업자들이 올해 수백억원대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게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우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가 더욱 높아질 공산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송객수수료는 4790억원. 이는 전체 면세점 매출액 대비 8.3% 나 된다.

매출비중이 높은 이른바 '명품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한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희소성에 따른 상품화 전략으로 특정 지역, 국가 등에 매장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국내 면세점들은 인테리어 비용 부담, 낮은 입점수수료율 등 불리한 조건을 내걸면서도 '명품 모시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3대 명품' 외에도 '준명품' 수준의 브랜드들도 입점 협상이 90%넘게 진행된 상황에서도 논의를 질질끄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저가패키지 여행규제 및 및 한한령(限韓令ㆍ한류 금지령)도 대형 악재다. 국내 주요 면세점에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은 60% 에 이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수는 지난 7월 92만명에서 지난 10월 68명으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이 최대 1%까지 오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연 매출액 대비 0.05%인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내년부터 매출액 규모별로 최소 0.1%에서 1.0%로 최대 20배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2년간 면세점 전체 특허수수료는 지난 2014년 36억7000만원, 2015년 40억1000만원이다. 

한편, 관세청이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절차를 강행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들 대부분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면세점 사업자와 관련한 뇌물죄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적시돼 있는 탄핵사유 중 하나"라면서 "박영수 특검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 3인을 출국금지하는 등 특검 수사 중임에도 선정을 강행한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은 이와 관련, "면세점 선정기업이 특허취득과 관련해 뇌물을 줘 부정하게 특허를 취득한 것으로 확정될 경우, 관세법에 따라 특허 사전승인 또는 특허를 즉각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