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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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제자리걸음… 고민 깊어지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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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고민이 18일 깊어지고 있다. 당과 본인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데다 제 3지대를 본인 중심으로 재편할 만한 동력도 마땅치 않아서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 안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정치’ 이미지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돌풍’으로 지지율 제자리걸음…‘대선 전 개헌’ 반대

지난 9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8%로 4위였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관위 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이른바 ‘이재명 돌풍’에 밀려 3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당장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짧은 시간 안에 흐름을 바꿀 계기가 마땅치 않다.

안 전 대표를 제외한 제3지대에선 개헌 이슈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이 국민의당 외부에서 대선 전 개헌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당 내에서도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이들과 보조를 맞춘다. 손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참석한 지난 13일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 행사에서 “제 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 곳에 묶는 일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작 안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대선 전이라도 국회 개헌 특위가 가동되는 만큼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며 뉘앙스를 조정하는 듯 했지만, 대선 주자들이 공약을 통해 개헌 비전을 제시하고 차기 정권에서 그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바꾸라는 안팎의 압박이 상당하지만, ‘국민과의 약속’, ‘신뢰’를 자주 언급하는 그로선 입장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안 전 대표는 “새누리당과의 연대는 없다”며 개헌을 고리로 한 여권과의 연대설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새정치’ 되찾을 수 있을까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던 참신함,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갈구가 현재 이 시장에게 넘어가 있다”며 우려했다. 이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은 안 전 대표가 지금이라도 기득권과 단호하게 선을 긋고 새 정치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살 길이 열린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호남 세력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3당의 영역을 확보한 현재의 안 전 대표로서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구정치 이미지가 강한 박지원 원내대표와 전략적 동거 상태를 유지하면서 새정치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우)과 안철수 의원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제원기자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내년 1월 중순 전당대회에서 안 전 대표가 지지하는 후보를 내세워 새정치 이미지를 회복하고, 기득권과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박 원내대표가 지난 6개월 당을 장악하며 견고한 세력을 구축한데다, 안 전 대표를 대신해 새정치의 깃발을 들 만한 기수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을 당시 비서실장을 맡으며 인연이 된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이 이날 당권 도전을 선언했지만, 원외인사인데다 조직과 장악력에서 다른 당권주자인 박 원내대표, 정동영 의원에 맞서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탄핵 정국에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져 전대의 컨벤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