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따르면 칠레의 한 방송사가 지난 15일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En Su Propia Trampa·자신의 덫에 빠지다) 예고편을 게시했다.
칠레 주재 공관에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추행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의 한 장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
외교부는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해당 외교관이 지난 9월 14살 안팎의 현지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첫 피해 여학생의 제보를 받은 현지 방송사가 다른 미성년 여학생에게 의뢰해 해당 외교관에게 접근시켜 함정취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9일 직전 다시 한 번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현지 교민사회 등은 이번 사건이 중남미에 부는 한류 바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예고편 댓글에는 “한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강의를 들었을 것”이라며 한국을 비하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진행된 실국장회의에서 “한·칠레 양자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검토하라”고 담당 지역국을 질타하면서 공직기강 확립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미성년자 대상 성추행과 같은 중대 비위에 관해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입장하에 철저한 조사 및 법령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칠레 정부 측과 긴밀한 협의하에 이번 사건을 처리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현지 대사가 본인 명의 사과문을 발표할 방침이다. 칠레 검찰은 이번 사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외교부는 조만간 이 외교관을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중 기자, 멕시코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