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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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되면 정부청사로 출퇴근, 청와대는 기념관으로 개방"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될 경우 "정부 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출퇴근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성과 청와대가 구중궁궐화 돼 일어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한 답이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는 "현재의 청와대를 역대 대통령 박물관으로 만들어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처럼 언제든 비서진과 마주쳐야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청와대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면서 이같은 공약 실천 방안을 내 놓았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종합청사를 옮기고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그래서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도 불쑥 들러서 상인들과 소주도 한잔 나누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며 "지난 대선 때는 이 공약을 부각시키지 못했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가장 중요한 출발은 대통령과 그 주변의 권위주의 문화가 청산되는 것으로 참여정부 때 노력을 많이 했지만 정착되지 않았다"며 "이는 청와대 구조에도 있다고 판단, 대통령 집무가 열리고 소통되는 공간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 등이 위치한 미국 백악관 서쪽 건물 이름에서 따온 미국 드라마인 '웨스트윙'(The West Wing)의 예를 들면서 "드라마를 보면 대통령 집무실이 비서실과 같은 동에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화장실에 가다가도 복도에서 비서실 직원을 만나기도 하고, 본관에 있으면 불쑥불쑥 들어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책상에 엉덩이 걸치고 3분, 5분씩 간단한 미팅도 하고…이렇게 대통령과 비서들 사이에 늘 소통하며 일에 대응해나가고 정책을 결정해 나간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청와대 본관 건물에 대통령과 대통령 부속실 밖에 없다. 비서동은 아예 따로 바깥에 있고 걷기에는 먼거리여서 차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월호 당일 대통령 행선지를 몰랐다고 한 게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다른 공간에 있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그때 그때 잘못 덮고 넘어가는 것은 프로포폴과 같아, 진짜 마약

문 전 대표는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장치들이 우리 사회에 다 마련돼 있다. 정부 조직 내에서는 사정기구, 정부 바깥에선 언론이 있는데, 문제는 사정기구나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때그때 잘못과 실정들을 덮고 넘어갈 수 있어서 얼핏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프로포폴과 같은 것이다. 진짜 마약과 같다"고 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넘기게 될지는 몰라도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 한꺼번에 터져나오게 된다"며 "그때그때 비판받고 책임질 것 책임지고 넘어가면 그런 일이 안생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 전 대표는 "사정기구의 감시기능과 언론의 비판기능을 제대로 살려주는 것은 건강한 정부 작동을 위해서 오히려 정부에게 좋은 것"이라며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작심했으면 당연히 사정기관과 언론의 비판·감시기능이 살도록 해야 하는데 왜 그러한 부분들을 이렇게 장악해서 죽여버리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공수처 만들어 대통령 측근과 검찰

문 전 대표는 검찰권력 감시를 위해 "정치검찰 행태를 청산하고 감시기능을 제대로 하게 하고, 민정수석실의 기능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어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들은 말할것도 없고 대통령 측근도 대상이 되도록 하고, 검찰이 제기능을 못할 경우에는 검사들의 잘못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