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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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공유… 미래 ‘생명공학 연구’ 선도

서울의 도전, 홍릉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조성
12월이지만 아직 따사로움이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의 지중해변.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한가로이 해변을 산책하는 관광객들을 배경으로 하얀 까운을 입고 연구원들이 건물 주변을 바쁘게 주변을 오간다. 일견 호텔이나 관광지처럼 보이는 이곳은 카탈루냐 바이오클러스터 ‘바이오리전’의 핵심연구기관인 ‘바르셀로나 바이오메디컬 연구단지(Barcelona Biomedical Research Park, PRBB)’다. 6개의 공공 연구센터가 한 곳에 모여 때로는 독자적으로, 때로는 통합적으로 연구하며 이 지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지식을 생산한다.

바이오리전은 스페인 제2의 도시인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주에 소재한 기업, 연구소, 병원, 대학, 공공기관 등이 모여 있는 건강 및 생명 과학 클러스터로 PRBB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과학단지(Barcelona Science Park, PCB)’ 등 곳곳에 산재한 13개의 연구단지와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Barcelona Supercomputing Center)’, ‘알바 싱크로트론-셀(ALBA Synchrotron-Cell)’ 등 2개의 대형 연구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남부유럽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 연구가 활발한 생명공학 클러스터로 꼽히는 곳이다.


알버트 바르베라 비오캇 CEO.
바이오리전 핵심 연구시설 중 한 곳인 바르셀로나 바이오메디컬 연구단지( PRBB).
◆기술과 정보가 공유되는 바이오클러스터

바이오리전은 카탈루냐지역 바이오산업의 증진을 위해 주정부와 바르셀로나시가 합작해 2006년 설립했다. 클러스터의 전반적인 운영은 주정부가 설립한 공공재단인 ‘비오캇(BIOCAT)’이 맡는다. 카탈루냐주정부 주지사가 사장, 주정부 보건부장관이 부사장을 맡는 비오캇은 734개의 기업과 89개 연구기관의 지원을 담당한다.

설립 후 10여년 동안 바이오리전 소속 기업들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2014년 기준으로 클러스터 소속 734개 기업이 14억3600만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리전 소속 기업이 카탈루냐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달한다. 중앙정부가 아닌 주정부 주도의 바이오클러스터로서는 쉽지 않은 안정적 성과다.

이러한 성장에는 바이오클러스를 단순히 한 산업이 집적한 장소가 아니라 ‘기술과 정보가 공유되는 공간’으로 만들어간 것이 주효했다. 알버트 바르베라 비오캇 CEO는 “원래 바르셀로나 지역은 전통적으로 건강, 의학, 제약산업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었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여러 기업, 연구소, 대학들 간의 기술과 연구성과를 통합할 필요가 생겼고,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오리전의 운영체인 비오캇은 시설투자 등보다 클러스터에 속한 기업 및 연구소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클러스터 내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포럼 등을 최대한 주최하고, 기술 등에 대해서도 공개가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선별해 다수의 기업이 결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개별 기업들 간에 핵심기술을 공유할 때 중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바이오리전에 소속된 한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 중 토론을 하고 있다.
비오캇 제공
◆중소기업의 탄탄한 성장이 투자 촉진으로 이어져

이러한 공유 중심의 환경은 무엇보다 클러스터 전체에서 비중이 88%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몇몇 핵심기술 외에 기술인프라가 부족한 이들 기업들이 클러스터 안에서 연구성과들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생존할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생 기업 중 상당수가 초기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 설립 이후 2015년까지 바이오리전에서 시작된 337 개의 비즈니스 프로젝트 중 폐쇄된 것은 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동안 스페인 및 카탈로니아 전체 혁신 기업의 사망률은 거의 50 %에 달한다.

이처럼 바이오리전의 경쟁력이 향상되자 중앙정부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리전의 연구기관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와 ‘알바 싱크로트론-셀’의 경우 스페인정부 예산과 EU예산이 투입돼 건설됐다. 지방정부 주도 클러스터의 탄탄한 성장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중앙정부의 투자 역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클러스터에 대한 민간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경제 전반의 부진 속에서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 동안 소속기업을 통틀어 1억유로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75개의 신생 회사가 설립되는 등 클러스터 전체가 질적·양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바르베라 CEO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추세가 달라졌다. 기업과 대학 등이 더 많이 정보를 공유하고 더 많이 협력해야만 더 성장할 수 있다”면서 “바이오리전은 생존을 위해서 공유를 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셀로나=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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