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를 찾은 이수빈(23·여) 고은택(27) 커플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 24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9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이른바 ‘집회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두 손을 꼭붙잡고 광장을 거닐며 데이트를 즐긴 커플들에게 촛불집회를 찾은 이유를 물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고은택(27) 이수빈(23·여) 커플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광화문을 찾은 이유를 묻자 “평소에도 2주에 한 번씩 광화문을 찾는다”며 “의미 있는 집회에 의미 있는 사람과 오고 싶었다”며 싱긋 웃었다. 사뭇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고씨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아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넣고 집회를 둘러봤다. 이들은 ‘다른 좋은 장소가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촛불집회 현장은 왠만한 데이트 코스보다 볼 것과 즐길 것이 많다. 날씨가 조금 춥지만 같이 있으면 따뜻하다”고 답했다. 이어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9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장지혜(23·여) 장민구(24) 커플 |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 광화문 집회를 찾은 ‘솔로 참석러’ 이승우(33)씨 |
경기도 성남에서 온 이승우(33)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집회를 찾았다”면서 “사실 앞선 8번 집회도 모두 참석했다”고 귀띔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이번 시위현장에는 커플들이 유독 많아 힘들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씨는 “함께 구호도 외치고 소리를 지르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측면도 있다”며 “우리 사회에 적폐가 아직 청산이 안됐다. 이번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충남 아산에서 올라온 김규민(17) 이승래(17)군 |
대학생 박모(20)씨도 이날 홀로 광화문광장을 돌아다니며 촛불집회서 진행된 행사와 이벤트를 즐겼다. 촛불을 들고 야간행사에 참여하던 박씨는 “외롭지 않다. 오늘만 날이 아니다”라며 “집회 참여에 솔로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 촬영을 한사코 거절한 박씨는 “시위는 참여가 중요하다. 누구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참여한다면 분명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