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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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 '진술 혼란 작전' 가능성

검찰·특검·법원·헌재 진술 각각 다를 땐 국정농단 ‘실체적 진실’ 미궁 빠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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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부터 시작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최순실(60·구속기소)씨 등 주요 증인들이 헌재 심판정에서 어떻게 진술할지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박 대통령 측 주요 증인들의 행태를 감안했을 때 이들이 헌재와 특별검사팀, 검찰, 법원에서 의도적으로 다른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진술 혼란 작전’을 통해 탄핵 심판을 더디게 하고 박 대통령의 책임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기춘 구속수사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의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이 검찰에서 한 진술조서에 대해 부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에 관계된 모든 증인을 일일이 헌재로 불러 하나하나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중환(57·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검찰 수사기록 중 일부는 선입관 때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박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는 것 외에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은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달리 헌재와 특검, 검찰, 법원이 모두 달라붙었다. 예컨대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들은 검찰에 이어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헌재 심판까지 포함해 동일 사안에 대해 4곳의 기관에서 진술할 기회를 갖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주요 증인의 4차례 진술이 같지 않을 때 혼란이 불가피한 점이다. 검찰과 특검, 법원, 헌재에서 한 진술이 다를 때마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냐”는 논란이 거세지고 ‘실체적 진실’이 미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 측은 친박(친박근혜)당으로 재편된 새누리당과 친박성향 보수단체 등을 동원해 탄핵 부당성을 확산하는 여론전을 벌일 수도 있다. 실제 헌재의 심리와 특검의 수사, 법원의 재판 일정이 제각각이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씨 등 주요 증인들이 시간차를 이용해 진술 번복을 할 여지가 충분해서다. 이 때문에 헌재가 사건의 실체에 가장 부합한 진술을 신속하게 이끌어낼 수 있도록 심판 진행을 정교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