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에 19명밖에 남지 않은 알자회 회원들이 어떻게 군을 좌지우지하겠느냐. 군 인사를 알자회 출신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주물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며 보고서에서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 기무사령관도 “25년 넘도록 알자회 멍에를 지고 살았다. 보고서 내용은 내가 알자회 회원이었다는 것 말고는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들 주장대로 보고서는 알자회를 앞세워 군을 흔들려는 개인이나 집단의 음해성 문건일 수도 있다. 실제 언급된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 보고서는 육사 35기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을 알자회 회원이라고 명시했지만 그는 하나회로 지목돼 고통 받았던 인물이다. 알자회와는 관련이 없다. 고의로 깎아내리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 4월 장군 인사 내정설까지 거론한 부분에서는 이런 의도가 더욱 짙어 보인다.
반면 알자회의 군 인사 개입 의혹 내지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내용도 없지 않다. 알자회 출신들이 보직을 대물림한 대목이다. 조 기무사령관은 이에 대해 “군 인사는 군인사법에 따라 각군 총장과 장관이 능력과 자질을 기초로 제요소를 평가하여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고서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해석하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군 기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안보에 매진해야 할 군인들이 서로 물어뜯는 모양새로 비쳐서다.
보고서 출처와 관련해 한 장관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장군급 장교들이 이런 제보를 모측에 하고, 그런 데서 문건이 만들어지고 보도가 되는 것은 정말 우리 장병들에게 정신적으로 못할 짓을 하는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반드시 조치를 해서 발본색원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런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저녁 어떤 분이 제게 전화해서 ‘과거에도 군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좋지 못한 행태가 없어지지 않았구나’라고 해 상당히 송구했다”고 털어놨다.
알자회 명단에 거론된 한 장성은 “보고서는 치밀한 공작이며, 이를 주도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안다. 이들은 청와대에 있는 군 출신들”이라고까지 말했다.
정국이 혼란할 때 군이 인사 잡음으로 술렁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전방으로 겨눠야 할 총부리를 군내 권력다툼에 사용하는 정치군인들이 양산된 탓이다.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엔 이른바 ‘살생부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와 국방부 등 주요 보직에서 근무했던 장교들을 진급에서 배제한 것으로 요약되는 당시 파동은 정치적 잣대로 군 인사를 좌우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각종 투서가 나돌았다. 당시 4월 예정된 군 인사가 노 대통령 복귀 시점인 5월 중순으로 늦춰지자 장성급 인사 대상자들과 관련한 투서와 루머가 난무했다. 노 대통령은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자마자 국방개혁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탄핵정국이 수습된 뒤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대적인 군 사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