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동맹들도 러시아의 민주주의 개입 행위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해킹을 통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동맹국도 최소한 공동입장을 취해 달라는 외교적 메시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한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주미 러시아대사관 앞에 세워진 러시아 국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보복조치에서 거리를 두는 모습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러관계가 개선돼 위기 국면이 해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면 사태 수습에 나서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대러 제재도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통적으로 미·러관계가 개선되면 한·러관계도 개선돼 우리 정부가 미국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립외교원 고재남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동북아에서의 중국 견제와 중동에서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미·러관계 개선은 한·러관계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이는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트럼프 당선자의 대통령직 자체가 위협받아 한반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의회나 주요 언론 등 미국의 여론주도층 내 반러 정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등 반트럼프 진영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트럼프 임기 내내 정치쟁점화할 기세다. 우리의 대러 정책도 제한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자 취임 시 미·러관계가 순풍을 탈 것이라는 판단도 트럼프의 임기가 보장돼야 가능하다”며 “해킹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정부는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