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 청소에 거침이 없다.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출범 이후 호가호위하고, 무분별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못난 행태를 보인 사람은 인적청산의 대상”이라면서 친박 핵심 인사들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1월6일까지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했다. 비박계가 ‘친박 8적’으로 지목한 서청원 최경환 이정현 조원진 이장우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을 겨냥한 것이다. 인 위원장이 “출당과 탈당보다 더 무서운 당원권 정지 같은 징계도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여차하면 강제로 내쫓을 수도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친박 인사들은 “당을 깰 작정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인 비대위원장의 칼춤을 보고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래된 장독도 깨기보다는 잘 수리해서 써야 할 때가 있는 법”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니 자신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장독은 너무 낡아서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이 아닌가. 그들이 떠받들던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되고, 집권여당이 99석의 원내 2당으로 전락한 것으로도 모자라 정당 지지율까지 29석의 개혁보수신당에 밀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선후보 여론조사 대상에서는 새누리당 인사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조차 새누리당 간판은 포기한 눈치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그제 인 비대위원장 추인 직후 ‘2선 후퇴’를 밝히며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백의종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경환 의원도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그만하면 충분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통령이 헌법 위반 혐의로 청와대에 유폐된 마당에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새누리당은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다. 죽을힘을 다해 스스로 올라오지 못하면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 육참골단의 자세, 사즉생의 각오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환골탈태를 거부하고 쇄신 시늉을 내는 데 그친다면 성난 민심의 파도가 당을 휩쓸 것이다. 새누리당에는 남은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사설] 자진 탈당 요구 반발하는 친박 아직 멀었다
기사입력 2016-12-31 01:07:55
기사수정 2016-12-31 01:07:54
기사수정 2016-12-31 01:0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