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마지막 날인 31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퇴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예정된 가운데 일부 친박(친 박근혜 대통령)단체들도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맞불집회’를 예고했다.
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2017 승리를 위한 송화영태 태극기’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탄기국이 ‘촛불을 끄고 태극기로 안보를 지킨다’는 의미인 ‘송화영태’를 구호로 내세운 것은, 앞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묵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박 대통령의 성을 넣어 만든 ‘송박영신’으로 집회를 예고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탄기국에 따르면 이날 정광택 탄기국 중앙회장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오후 8시까지 진행되는 공식 행사를 마친 뒤 자발적으로 남은 참가자들은 대한문이나 종각역 인근에서 오후 11시30분까지 맞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해병대 전국총연맹 최병주 총재를 비롯해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 이주천 원광대 교수(사학과) 등이 연사로 예정됐다. 이들은 또 최근 친박 의원들과 ‘썰전’을 벌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발언과 종합편성채널 MBN의 ‘태극기 집회 폄훼 발언’ 공개를 예고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도 이날 ‘맞불 집회’에서 연사로 무대에 나설 예정이다. 김 의원은 앞선 집회에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지기 마련”, “박 대통령은 1원 한푼 안 받은 깨끗한 분”, “(보수의) 태극기가 무섭지 않은가” 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 의원은 당내 비박계 의원들에 대해서도 “촛불은 무서운데 태극기는 무섭지 않은가 보다”라며 비박계가 보수 표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집회 현장 주변으로 경력을 배치할 계획이지만 양측이 그간 큰 충돌없이 평화로운 집회를 이어온 만큼 물리적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경찰이 예상한 ‘맞불집회’ 참가자 수는 2만~3만명이다.
한편 지난 9차까지 전국에서 연인원 892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촛불집회’가 이날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퇴진행동은 “올해 마지막 촛불집회인 만큼 한 해를 돌아보고 촛불의 지속을 결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는 올 한해를 밝힌 촛불의 성과를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시민 참여형 축제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창수 기자, 사진=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