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무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신성장동력 확보와 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정공법이 긴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산업구조 변화라는 큰 흐름에 맞춰 경제 체질을 바꾸고 경제를 끌고 나갈 ‘큰 엔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노동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재정지출과 통화완화 등 경기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다가는 부동산 등 자산거품과 같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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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성장동력 확대 추진”
올해 선출될 새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로는 민간전문가, 정부 관료 및 한국은행 간부 모두 4차 산업혁명 등 성장동력 확대를 꼽았다. 민간전문가의 33%, 정부 관료의 39%가 미래 먹을거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부진 탈피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을 묻는 주관식 문항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과 성장동력 확보가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주축이던 조선, 철강, 화학 등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하기엔 한계에 이른 산업이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돌파구를 신성장동력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 “조선, 해운, 철강, 화학, 전기전자 등 주력 제조기반 산업의 정체로 수출경제의 성장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며 “산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제조기반 산업에서 서비스 및 기술융합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을 촉진하는 정책 조합이 강구돼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혁신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는 신성장사업으로 에너지원과 환경, 모바일을 주목하고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지고 있지만 전기차, 대체에너지,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증대 방안·사회안전망 확보”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확대는 장기적으로 국민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 소비심리 및 내수 회복과 맞닿아 있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과)는 “현재 산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푸는 정책만으로는 부진을 탈피하기 어렵다”며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핵심산업의 생산성이 올라가야 임금도 상승하고 소비도 증가한다.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회복을 위해 가계소득 증가를 이끌 세부 정책들도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방안으로 최저임금 인상, 청년·고령자 취업 보조금 지급, 고용안정 확대 등이 제시됐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도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한 방법이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보 등 복지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경기침체가 지속할수록 취약층의 고통이 커지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기에 준비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개입 줄이고 신뢰회복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성장을 위한 큰 방향을 제시해 지원하고, 기업들이 경쟁을 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기술혁신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통화정책과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의 혼용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로는 구조조정과 성장동력 확대, 이에 따른 국민소득 증대를 꼽았다. 가계부채 관리 및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규제와 개입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정책의 중장기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투명한 국가 운영을 통해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소추 등으로 정부에 대한 믿음이 바닥인 지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가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계와 기업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재정확대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